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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Dec 12. 2021

<영등포 시장한 요리> 고~

영등포에서 직장을 다닌 적이 있고, 

술 마시...아니, 장보러 영등포 시장에 다녀온 적 있다.

희미한 기억으로 영등포역 근처 시장가와 붐비는 사람들,

퇴근하고 밤이 되면 여기저기 만취한 사람들이 택시 잡던 기억이 난다.     

 

<영등포 시장한 요리>에서 만난 분들은 ‘요리’가 매체였다. 개인적으로 못 먹는 김치들이 있다. 생선이나 향이 분명한 젓갈이 들어간 김치들이다. 책에서 나오는 요리 중에 벤댕이 김치, 간장꽃게장, 조기 고사리는 내가 먹을 수 없는 음식들. 책을 볼 때 시장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이야기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얼마전부터 책을 볼 때 이 책은 어디 출판사인지, 지원사업이나 협찬을 받게 되었으면 그 기관은 어떤 이미지를 담고 있는지 찾아본다. 이 책은 ‘노인의 삶에 예술로 공감하는 이야기집’ 프로젝트의 일환이였다. 한쪽으로 치우친 노인의 대한 이미지가 아니라 다양한 개성과 특색이 있는지 궁금해하며 책을 접했다. 우선, 책 표지의 그림 이미지부터 거리낌은 없었다. 글이 시작되기 전, 

“만화책 크기가 작으므로 글씨가 크지 않습니다.

손주 분들은 할머니께 소리 내어 다정하게 읽어드리세요.” 

이 문장 자체도 작가만의 위트와 만화 전체의 색상을 보여주는 듯 했다.     

 

“오, 이거 우리 할머니도 끌고 다니는건데!!” 반가운 카트를 보았고,

“우리 할머니의 수줍은 미소와 닮았네” 한 그림에서 닮은 미소를 만났다. 

배추는 먹기 사나우니까 끝을 정리해야 한다는 내용도 새로웠고, 

물김치 레시피 마지막에 꼬라지가 맛있게 생긴 김치를 맛있게 먹는다는 표현도 재미있었다. 

어르신의 속도와 내 속도가 다름을 알고,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나 또한 어렵다. 

“왜 오늘은 지팡이를 안 짚었어?, 젊어 보이고 싶어서 그래?” 아흔이 넘은 어르신의 농을 받아들이는 상대방의 모습도 사뭇 궁금해졌다. 어마무시한 이 덜덜 떨리게 하는 살아있는 농이다.      

페이지를 거의 다 넘겼을 때 쯤, “밥을 함께 먹는 식구가 늘어가고 있고, 나이를 한 살 한 살 더 먹어갈 때에 주변 친구들과 함께 식구들로, 가족으로 늙어가고 싶다”고 했다.      


“나의 아픔과 늙음을 존중 받기 위해서 그리고 당신이 무너지면 나도 무너지기에 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같은 어둠이지만, 시작하는 새벽과 저물어 가는 하루의 풍경이 다르듯, 달라진 시각과 존중들이 비추어지기를 바래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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