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모든 색>
-우리 할머니는 하얀색이 싫다고 하셨다.
감성돈: 할머니, 새하얀 스웨터를 사왔어요.
할머니: 뭐 이런 걸 사왔니, 나이들어 보여서 하얀색 싫어, 다른 색으로 바꿔와라.
감성돈: 할머니, 그림 속에 여백이 많네요. 배경은 색칠 안 하세요?
할머니: 이건 이렇게 놔두는 거야. 배경까지 색칠하면 멋이 없어.
어떻게 보면 여백과 하얀색은 같은 의미 같아 보이지만,
삶을 보여지는 색으로 지정하며 살 수는 없으니까.
내게 보이는 하얀색도, 할머니의 여백도,
다른 것이고, 다른 멋이고, 다른 색일 수 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어르신이나 할머니를 뵙고, 하얀색을 떠올리는 것은 나만의 편견이구나,
화분에 꽃을 키우고, 꽃잎이 피었을 때 핸드폰 사진기로 사진을 찍던 할머니 모습이 떠올랐다. 실제로 보면 멋진 색인데, 핸드폰 사진기로는 그 색을 담을 수 없다고 아쉬워했던 적이 있다. 또다른 의미의 사랑이였다.
<삶의 모든 색> 그림책을 보고, 위의 모습이 떠올랐다. 두 번째 이 그림책을 보고, 읽었다. 지난번에는 화려한 색감과 다양한 삶을 보여주려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다가 이번에는 혼자 배를 타고 길을 떠나는 그림에 머물렀다. 아마도 찾을테지만, 찾지 못한 삶도 있다는 것. 외롭고, 함께 있어도 나 혼자 다른 음을 낼 수 있다는 것. 어떤 색으로 바라보아야 할지 어렵지만, 어쨌든... 살아있다는 것. 살아가는 모든 순간, 모든 삶, 모든 사람은 저마다 빛나고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어릴 때 보았던 새하얀 눈과 시간이 흘러 눈을 바라보며 느끼는 생각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싫어하는 하얀색이 아니라 여백있는 삶에 멋짐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그 또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