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그 해 멸추김밥

by 양수리 감성돈

2020년 3월 7일-나로 살기 67일째


“김O네에서 저녁 시킬건데, 메뉴 어떤걸로 할까요?”

“멸추김밥이요”

직장에서 6시 근무를 마치고 직원교육이 있는 날이다. 직원교육이 있는 날은 외부에서 강사를 초빙해서 직장인이 들어야 할 필수강좌를 2시간 정도 진행한다. 그래서 저녁식사를 직장에서 하기 때문에 단체로 시키기 위해 메뉴를 주문한다. 그때마다 내 메뉴는 멸치와 고추의 콜라보인 멸추김밥이였다.

“오늘 야근 하실 분,, 메뉴 어떤걸로 하실래요?”

“멸추김밥이요”

일일 8시간 근무를 마치고 잔업무가 남았다. 결국 야근을 위해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고 내 메뉴는 멸추김밥이였다.


“선생님, 점심 시킬건데 메뉴 어떤 걸로 할까요?”

“멸추김밥이요”

주말에 진행하는 행사가 있다. 주말에는 직장 내 식당이 운영을 하지 않아서 외부 음식을 주문해서 먹어야했다. 나는 멸추김밥을 주문했다.

일에 열정을 쏟고 일이 재미있던 시기였다. 직장 사람들과 야근을 마치고 퇴근한 후 소주 한 잔 하는게 낙이였다. 직장 내에서 멸추김밥에 작은 용기의 컵라면을 먹으며 잠시 업무에 대해서 브리핑 하는 시간이 긴장되지만 즐거웠다. 그 당시 멸추김밥을 질리도록 먹었다. 내 평생 먹게 되는 멸치와 고추의 양을 이 직장에서 거의 다 먹는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주 많이 먹었다. 자취방이 직장과 도보 15분 거리였다. 정시 퇴근하고 저녁에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멸추김밥을 주문해서 자취방에 가서 먹은 적도 있었다. 애증의 음식이 멸추김밥이였다.

그 후로 나는 퇴사를 했고, 공황장애로 몇 년 앓다가 또 새로운 직장을 입사했다. 그리고 2020년 1월 1일 또다시 백수가 되었다. 얼마전 TV를 보는데 연예인이 먹는 음식이 멸추김밥이였다. 갑자기 매콤하고 아삭한 식감이 살아나고 한 입 가득 풍성했던 그 맛이 생각났다.

‘아... 멸추김밥 먹고 싶다.’

동네에 있는 김밥집에 멸추김밥을 파는지 알아봤다. 이 동네는 멸추김밥이 없었다. 며칠동안 멸추김밥 타령을 했다. 그리고 마음 속 나를 읽었다.


‘내가 지금 원하는 건 멸추김밥이 아니라 그 김밥을 시켜먹던 시절의 추억이구나.’

그때 사회생활 하며 가졌던 열정과 젊은 날의 내 모습이 그리웠던거다. 다시 어디선가 그 김밥을 먹더라도 2016년에 먹었던 그 김밥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일하느라 바빴고 배가 고팠고, 그런 내 모습이 멋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멋 없다는 게 아니다. 공황장애가 오고 나서 내게 가능한 일과 아직 불가능한 일들이 있다. 그때는 가능했고 지금은 가능하지 않은 것에 대한 그리움과 섭섭함이 있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고, 다시 그 멸추김밥 맛을 따라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인생은 기니까. 그 긴 인생 또 무언가를 먹으며 살아야하니까 다른 음식에 또 다른 추억을 얹으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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