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8일-나로 살기 68일째
내가 사는 곳이 시골에 위치하다보니 어디 매장을 가서 물건을 구입하는 것보다 온라인 쇼핑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식료품을 구입하는 쇼핑몰 따로, 생활용품 구입하는 쇼핑몰 따로, 취미용품 구입하는 쇼핑몰 따로, 책 구입할 때 이용하는 사이트가 따로 있다. 백수가 된 이후로 누워서 핸드폰을 붙잡고 온라인 쇼핑을 자주하는 편이다. 쇼핑을 자주한다기보다는 물건을 비교해보고 내가 정말 이 물건이 필요한 것인지 주머니 사정을 살피느라 시간을 많이 보낸다. 백수가 아닐때는 장바구니로 보내지 않고 바로 구매하기 버튼을 눌렀는데, 이제 웬만하면 장바구니로 들어가서 2~3일간 고민을 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지난번 충주에서 목격한 것과 같이 사재기 바람이 불고 있다. 나 또한 불안한 마음은 마찬가지이기에 무언가 사들이려는 상황을 자주 직면했다. 동네 마트가 딱 2군데 있는데 두 군데에 짜장라면이 없다. 다른 브랜드의 짜장라면은 있지만 내가 먹고 싶은 그 라면은 종적을 감췄다. 그래서 바로 온라인 쇼핑몰에 가서 짜장라면을 구입하고 결제했다. 대용량으로 판매해서 5봉지 정도만 있으면 되는데, 20봉지를 주문했다. 그리고 며칠 후 품절 안내 문자가 왔다. 사유는 이러하다. ‘판매자의 상품 재고 관리 미흡으로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결제 금액은 취소 되었으며, 2일 이내 환불 확인이 가능합니다.’
처음으로 받아보는 문자였다. 구매취소 사유가 구매자에 의한 게 아니라 판매자에 의한 경우 말이다. 그리고 며칠 후 비빔면을 구하기 힘들어 똑같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하고 결제했다. 일주일이 넘게 상품 준비중이며, 배송이 된다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결국 난 자발적으로? 구매취소 버튼을 누르고 구매취소 사유를 적는 란에 판매자의 탓을 했다. 린넨 마스크를 주문했다. 3주가 지나도 배송이 되지 않았다. 난 또 구매취소를 눌렀고, 취소 사유는 배송 지연과 판매자를 탓했다. 최근에 온라인으로 마스크를 결제하고 배송이 한참 안 와서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결국에는 판매자 측에서 품절로 인해 주문이 취소되었다는 경우를 보았다. 나는 비단 라면에 불과했지만, 마스크에 있어서 판매자 측에서의 주문취소가 되는 경우 얼마나 화가 날까 남 일 같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에는 배송이 지연되지 않고 제때 오는 게 더 신기하다. 신문을 구독한지 2주 정도 되었는데 매일 새벽마다 가져다주는 것도 신기하고, 생협에서 식료품을 주문했는데 다음날 오전에 온 것도 깜짝 놀랐다.
조금은 나도 유연해져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물론 쉽지 않다. 정말로 내게 필요한 물건을 주문했을 때 나의 단순한 변심이 아니라 판매자 측의 주문취소라면 나도 화날 것 같다. 판매자에게 어느 정도 재고가 남아있다면 그 재고가 나에게까지 오기 힘들다면, 좀 더 필요한 사람에게 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경우였다고 생각하고 넘겨버리려고 한다. 구매취소에 대해서 판매자의 탓을 돌렸지만, 지금 상황이 어쩔 수 없는 때라는 걸 안다. 구매 취소란에 이 시국. 코로나 탓이라는 항목이 있다면 그걸 누를 것이다. 판매자도, 구매자도, 모두 웃을 수 있는 날이 또다시 오겠지. 그리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