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1일-나로 살기 81일째
지난주부터 첫 방송된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았다. 공황장애가 오고 나서 메디컬 드라마를 못 보는 편이다. 엄청난 흥행을 이끌었던 <낭만닥터 김사부>도 수술 장면, 피가 나오는 장면만 보면 어지럽고 구역질이 나서 볼 수가 없었다. 공황장애 오기 전 제일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가 <그레이 아나토미>인데... 참으로 씁쓸했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는 조금 기대를 갖고 봤다. 의료계가 배경이기는 하지만 좀 더 인간적인 모습을 그리지 않을까 피가 낭자한 모습이 덜 하지 않을까. 아니면 이 드라마로 수술 장면을 보며 구역질하던 모습을 조금 게워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다.
드라마를 보며 내가 받은 감동은 다른 어떤 이야기보다 5명의 친구들이 모여서 만든 밴드였다. 기타, 키보드, 드럼, 보컬 등 음악을 하고,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내가 왜 이러지? 지나간 세월을 곱씹어 보니 나도 음악 밴드를 한 적 있었다. 그리고 그때 내 역할은 보컬이였다. 내가 밴드를 할 때 노래는 왁스의 음악이였다. 왁스, 캔의 음악이였고, 모닥불을 피워놓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그 때의 추억이 그리운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음악으로 사람을 잘 눈물나게 만든다.
이틀 전, 목요일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2화를 했다. 그리고 밴드 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나는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배우 유연석이 소아과 의사로 나오는데, 청진기가 차가울까봐 자기 손으로 비비고 따뜻하게 입김을 분 다음 아이에게 청진기를 가져다 대는 모습에 따뜻함을 느꼈다. 이 드라마는 보는 자체가 그냥 휴먼이고, 추억이고, 따뜻함이구나 생각했다. 어쩌면 이 드라마는 코로나로 불안한 일상을 잊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드라마를 보고, OST를 찾아 듣는 동안 코로나로 인한 불안감은 생각나지 않았다. 가끔 은 잊고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드라마가 2화 밖에 안했는데, 너무 깊이 빠져들었다. 응답하라 시리즈 패밀리들이 모여서 만든 드라마이기에 흥행이 보증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또 걱정도 되었다. 그러나 2화까지 본 내 입장에서 그런 걱정은 다 증발해버렸다. 오랜만에 본방송을 기대하게 만드는 드라마를 만났다. 그 안에서 나도 웃을 수 있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