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소개팅을 나가서

by 양수리 감성돈

2020년 3월 22일-나로 살기 82일째

20대 후반, 직장을 새로 옮기고 나서 적응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속한 팀에서 팀원들이 모두들 결혼하거나 연애를 하고 나만 솔로였다. 직장 업무 외에도 사적인 대화가 자주 오고 가던 우리 팀은 내 연애에 대해서 궁금함이 많았다. 왜 연애를 안 하냐고,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그 시선이 싫어서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해주는 소개팅에 나갔다.


소개팅 받은 남자를 보며 좋은 감정보다 나쁘지 않다는 감정에 이끌려 좋은 만남을 이어갔다. 그때 내 심정은 또 하나 신경쓸게 생겼네. 내 시간은 별로 없겠네. 이런 내 감정만 차 있었다. 어느날 둘이 서로 마주보며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눈빛은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얘기에 열심히 맞장구 쳤다. 그리고 내 모습에 최선을 다했다고 느낀 그 날, 나는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 받았다. 남자는 말했다. 본인이 가장 재미있는 얘기를 너에게 들려주는데 눈으로는 웃고 있지만 숨죽여 한숨 쉬는 네 모습을 보았다고. 너는 남자 만날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말이다.


이별을 통보 받은 날, 자취방에 와서 냉장고에 시원한 맥주를 꺼내어 숨죽여 들이마셨다. 아... 다행이다. 의미없는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도 되서...

나란 사람 참 못났다.


어쩌면 연인 뿐만 아니라 사람의 만남에서도 나는 이런 짓을 하고 있지 않을까. 마음은 외로운데, 아니면 다른 사람이 하는 나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에 눈흘김하며 누군가라도 억지로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지는 않은가. 난 아직 혼자인 나도 위로할 수 없고 채워주지 못하는 사람인데...


그런 생각이 드는 밤이다. 오늘은 외로움과 우울이 헷갈리는 날이다. 중요한건 우울하지는 않은데 외롭다고 말하기는 싫다.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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