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3일-나로 살기 83일째
오늘은 오전 7시 30분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알람이 왔다. 가족과 동료를 지키는 2주간의 멈춤에 동참해 달라는 내용이였다. 3/22~4/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독려하고 있다. 그럼 지금까지 내가 한 건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한 달 정도 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와서 공공연하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말하고 있으니.. 언제까지 이 시기가 계속될지 답답함이 몰려온다. 그러면서 내 입장을 생각했다.
나는 백수다. 직장 동료가 없다. 나는 시골에 산다. 내가 나서지 않는 이상 사람 많은 곳은 피할 수 있다. 나는 혼자 산다. 가족도 없이 살기에 혼자서 충분히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정도되면 고립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백수이고, 시골에 살고, 혼자사는 나의 장점을 잘 살리면 되는데 왜 고립된다고 스스로 느껴질까. 최근에 산책을 포기했다. 동네가 두물머리 관광지다보니 시골이지만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 요새 코로나 청정지역이라는 소문이 나서인지 전년도 대비 20~30%넘게 관광객이 늘었다고 한다. 그래서 난 동네 산책을 잘 못한다. 밖에 나가면 차도 많고,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다니기 겁이 난다. 카페에 가서 책 읽는 것도 좋아하는데 그것도 포기했다. 사실 오늘 사람들이 제일 없을 시간에 카페에 갔는데 갑자기 10명 넘는 단체 손님이 들어왔다. 순간,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서 마스크도 없이 웃으며 얘기하는 걸 보고 현기증이 났다. 당분간은 카페도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요새 화장실이 자주 가고 싶다. 소변을 자주 보고, 양은 적고, 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이다. 그러나 병원 가기도 겁난다. 동네에 비뇨기과가 없어서 서울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그것도 겁이 난다.
내가 유난인가. 아니면 이게 사람들이 말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맞는 것인가. 나는 잘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고립의 길을 택한것인가. 헷갈린다. 어디까지 포기하고 나로 살아야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백수이면서도 상당히 혼자 잘 노는 백수인데, 최근에는 잠을 많이 잔다. 씻는 것도 귀찮아지고 잠만 늘어지게 잔다. 자다가 눈을 뜨기 전 생각한다. 코로나로부터 하루가 또 얼마나 멀어졌을까. 기대하며 눈뜨지만 뉴스에서는 확진자와 팬데믹에 따른 세계적인 위험에 처한 내용만 나온다. 그러다가 오늘은 더 이상 못 자겠다고 혼자 벌떡 일어났다. 그래서 짧게 산책을 하고 카페에 갔던 것이다. 그러다가 아직은 나갈 데가 아닌가 싶어서 또 쓸쓸하게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또다시 백수로, 시골살이, 혼자 노는 나만의 방법을 궁리해봐야겠다. 시간은 흐르고, 아침은 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