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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산 Dec 11. 2019

소소한 스케치 여행_베츨라 1

또또와 함께 떠난 독일 문학기행

독일 스케치 여행_로테하우스                                                                                                              

<젊은 베르터의 슬픔>의 무대가 된 베츨라


아침부터 서둘러 베츨라로 출발했다. 여유 있게 짠 일정이지만 마인츠에서 프랑크푸르트를 거치는 여행이라 시간이 넉넉지 않았다. 베츨라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북쪽으로 약 120km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과거  독일의 법조타운이 자리하던 도시인 이곳은 괴테가 젊은 시절 잠시 머물렀던 도시다. 기간은 짧았지만 그에게 가장 중요한 도시다. 바로 <젊은 베르터의 슬픔>의 무대이면서 그의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는 도시였다. 
    


독일 베츨라 대성당이 있는 풍경, 펜드로잉_고산


도착하자마자 만나게 되는 것은 독일의 전통 가옥인 파흐베르(Fachwerk)양식의 주택들이다. 로텐베르크 만큼이나 중세 독일으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었다. 인구 5만의 작은 도시지만 아침부터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맨 처음 찾은 곳은 로테하우스다. 입구의 ‘로테하우스, 샤로테 부프의 생가’라는 표지판이 <젊은 베르터의 슬픔>의 로테란 이름으로 실존했던 여인 샤로테 부프의 집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외형은 당시 모습 그대로지만 내부는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괴테를 세상에 알린 소설 <젊은 베르터의 슬픔>의 여인 로테. 제국대법원이 있던 베츨라에 법원 견습생으로 머물던 때 우연히 한 무도회에서 만나 격정어린 사랑을 하게 된 여인이다.
괴테는 샤로테에 대한 인상을 책에서 베르터를 통해 말하고 있다.
    

베츨라 대성당의 펜드로잉_고산


‘자나 깨나 꿈속에서도 내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모든 것은 그 모습이야. 눈을 감으면 눈 속에, 마음의 시력이 모여드는 이 머릿속에 저 검은 눈이 나타나. 눈을 감아도 로테의 모습이 비쳐. 바다와도 같이. 호수와도 같이 그 눈은 내 앞에, 나의 마음 속에 깃들어 내 몸의 모든 감각을 채워주고 있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중에서



그가 샤로테를 마주할 때면 어김없이 그의 가슴은 끓어오르는 열정에 요동쳤다고 한다. ‘마치 영혼이 모든 신경 속에서 물구나무선 듯한 느낌이 든다’고 그의 사랑하는 샤로테에 대한 감정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녀는 이미 약혼한 상태. 그렇게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던 괴테의 분신 베르터는 로테를 잊기 위해 떠나보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베르터는 처음 로테와 춤출 때 입었던 푸른색 연미복이 낡아서 다 떨어지도록 입는다. 그리고 그것을 버릴 때가 되자 먼저 것과 똑 같은 것으로, 깃과 소매도 같은 모양에 노란 조끼와 바지도 같은 것으로 새로 맞춘다.
     
그녀에 대한 사랑을 결코 멈출 수 없었던 베르테르는 이렇게 탄식한다.
     


‘자나 깨나 꿈속에서도 내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모든 것은 그 모습이야. 눈을 감으면 눈 속에, 마음의 시력이 모여드는 이 머릿속에 저 검은 눈이 나타나. 눈을 감아도 로테의 모습이 비쳐. 바다와도 같이. 호수와도 같이 그 눈은 내 앞에, 나의 마음 속에 깃들어 내 몸의 모든 감각을 채워주고 있어.’


불안정한 상황에 따른 절제와 사랑의 고통 사이에서 방황하던 그는 결국 죽음을 선택한다. 
     
그는 자신의 고통을 편지로 보낸다.
     

“당신이 보는 것도 마지막이 될 날 아침에 낭만적인 과장도 없이 조용히 이 편지를 쓰고 있네다. ... 중략... 아름답게 갠 여름날 저녁, 그 언덕위에 오를 때는 제발 나를 생각해주시오. 그리하여 멀리 교회 묘지 쪽을 바라보다 저녁 놀 속에 키 큰 풀이 바람에 날리는 나의 무덤 근처를 바라봐 주오”


그리고는 알베르트에게 빌린 권총에 그녀의 손길의 따스한 온기가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해 총에 키스를 하며 자신의 가슴을 쏜다. 그리고 영원한 사랑이 구현될 저 세상으로 떠난다. 
     

“그럼 로테, 로테여 안녕….”


다음날 사람들이 권총 자살을 한 베르터를 발견했을 때, 그는 로테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파란 연미복에 노란 조끼를 입고 있었고, 호주머니에는 로테가 그의 생일에 준 리본이 들어 있었다.
     
그토록 고통스럽던 사랑의 끝이었다.
    

베츨라 로테하우스, 펜드로잉_고산



세상 사람 모두가 미쳤다고 해도. 사랑 때문에 가슴이 미어지고 고통을 느껴도, 이래서는 안 된다고 몇 번이나 그 곁을 떠나려 해도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사랑. 내게는 단 한 사람밖에 존재하지 않는 사랑. 나무가 뿌리를 내리면 그 자리를 옮길 수 없는 것처럼 마음의 자리를 결코 옮길 수 없는 사랑. 당신들의 시대에도 그런 사랑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왜냐하면 사랑은 조건이 아니라 운명이기 때문이라고.  그 사람과 함께하지 않는 모든 시간이 통곡의 소리를 내고, 그 사람과 함께하지 않는 기쁨은 빛을 잃어버리는 운명의 사랑. 그 사랑 안에서 길을 잃어 막막한. 그리하여 슬픈 사랑.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을 멈출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사랑을 하고 싶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에게 로테에 대한 사랑은 갈등과 패러독스다. 지독한 사랑은 황홀한 유혹과 죽음의 그림자가 함께 어른거린다. 그에게 사랑은 젊은 시절의 거칠게 타오르는 불길이며 채울 수 없는 갈증이다.
베르터와 로테, 두 연인의 만남은 떨어져 있을 때의 그리움과 그 그리움이 피워 올린 불꽃의 교차다. 그 불꽃은 사랑을 강력하게 지탱해주기도 하지만 그 사랑을 불태우기도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현실의 벽 앞에서 끝없이 그리워한다. 사랑에 대한 목마름은 그들에게 치명적인 불꽃이 되어 스스로의 불길에 몸을 내던지게 만든다.
     
갈증을 채울 물과 사랑을 불태우게 하는 불꽃이 만나 꽃을 피운다. 그 사랑은 비로소 신화가 된다. 인간적인 애욕(愛慾)의 단계를 지나 신이 된다. 사랑은 결코 만날 수 없는 두 존재 사이의 벽과의 부딪힘을 알아가는 한없는 고통이다. 

밤이 되면 
내을은 해돋이를 보리라 마음먹지만, 
그러나 아침이 되면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낮에는 밥이 되면 
달빛을 즐기려고 생각도 해보지만,
마침내 때가 되면 
방에서 나가고 싶지도 않게 되지요.
     
무엇 때문에 일어나는지,
무엇 때문에 잠을 자는지
나 자신도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물과 불이 있어야 장미가 핀다. 생명 속에 뜨거운 불길이 있어야 자연스러운 사랑이 피고 장미가 핀다. 그러나 물불 모르고 타오르는 불길이 있을 때 죽음의 위험이 도사린다. 사랑과 에로티즘의 심리에는 오직 사랑의 불길밖에 안 보이는 애욕(愛慾)이 있다. 그것이 특히 강한 사춘기의 사랑일 때, 특히 그것이 어떤 장애로 인해 끝없는 만남이 막히는 상황이 될 때, 두 연인의 지극히 아름답지만 무서운 사랑이 불도가니에서 타죽게 된다. 그것이 사랑이 자초한 자살이고 죽음의 유혹이다. 따로 못 만날 외적인 장애나 이유가 아니어도 사랑은 한없이 아름답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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