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선물이 마음인 걸 아니까

저는 받는 걸 못하는 사람이었다.

by 지구인 이공이오

당신의 마지막 날이었다.

아무에게도 인사를 하지 않고 조용히 나가려 했던 당신이

저한테도 그렇게 그냥 가버리는 걸까 봐

당신을 먼저 찾아갔다.


당신은 저한테는 작별 인사하고 가려고 했다고

그런데 제가 먼저 찾아온 거라고 했다.

그리고 안 받으실 걸 알지만 그래도

정말 별거 아니니까 받아 주셨으면 한다고

작은 선물을 수줍게 내밀었다.


제가 너무 미안해서

받으면 안 될 것 같다고 당신에게 말했다.

진심이었다.

당신한테는 막연히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계약이 만료된 이별이 아닌

그렇게 갑자기 일을 그만두게 된 당신에게

저는 정말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서

그래서 미안했다.


당신이 많이 힘들었던 시간들이 있었다는 걸

너무 늦게 알게 되어서

아무것도 도와주지 못하고

그렇게 당신의 선택을 받아들이는 것 밖에 해줄 수 없어서

그래서 미안했다.


오늘이 당신과의 마지막인데 아무 말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작게 여러 번 한숨만 쉬다가

그냥 도망치듯 이별을 말하고

집으로 돌아와

한참을 당신이 전해준 선물을 바라보았다.


그게 어떤 마음인지 아니까

그 선물에 담긴 당신 마음이 어떤 건지 아니까

포장을 뜯지도 못한 채 가만히 무겁게 당신이 준 선물을 보고만 있었다.


제가 당신들에게 작은 것들을 선물할 때마다

제 마음들을 말로 글로 당신들에게 표현할 때마다

당신들이 오늘 저와 같은 마음은 아니었으면...


언젠가 당신이 그런 말을 했었다.

이런 관심과 보살핌을 받아 보는 게

처음이라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식이 뚝딱거리게 된다고

그래도 마음만은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아주 가끔은 당신들 때문에 웃고

아주 가끔은 당신들 때문에 울지만

그래도 제가 당신들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제가 너무 속상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당신들이 제가 하루를 버티는 이유라서

당신들은 항상 따스하고 좋은 마음으로 제 마음을 받아 줬으면...

저도 당신들의 마음을 가볍고 편하게 받을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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