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걷고 또 걸었다.
올해 들어 가장 최저 기온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게 아무 감흥이 없었다.
어디까지 겪어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또 난제가 발생했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결국 휴가를 냈다.
답이 없다는 말을 수십 번을 되뇌고
한숨을 이렇게 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사무실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는
나 자신이 싫어서 그래서 도망치기로 했다.
그리고 막연히 집을 나섰다.
최저 기온 탓에 사람은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막 걷기 시작했다.
추운 게 맞는데 정말 추운 게 맞는데
아무렇지가 않았다.
풀리지 않은 수학문제가
머릿속에 계속 맴돌고 있다.
꽉 맞힌 터널 가운데 우두커니
아무것도 못하고 방치되어 있는 것 같다.
갈 곳도 없고
먹고 싶지도 않고
아무것도 원하는 것 없이
그냥 걷는다.
답답해서
가만히 있으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서
그냥 계속 걷는다.
당신들의 의견을 물을 수 있고 들을 수 있지만
결국 결정은 내가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도 내가 져야 한다.
당신에 대한 결정이라서
그런데 당신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그래서 쉽지가 않다.
얼마큼 어떻게 어디까지
생각하고 고민하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이런 일들을 겪어 내는 게
너무 익숙지 않아서
계속 마음이 닳는 것 같아서 그래서
그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