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잠은 참 중요하다. 신생아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아이의 사이클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패턴이었다. 돌 무렵부터 다닌 어린이집에 금방 적응하고 밤 12시까지 자지 않았던, 엄마아빠 기준에서는 에너자이저 아이다. 아마도 어린이집에서는 충분이 낮잠을 잔 것으로 보인다. 간혹 오후 활동 단체사진에 아이가 보이지 않을 때가 있었는데, 낮잠 자고 일어나지 못하면 참여를 못했던 거다.
여하튼, 그런 아이가 유치원에서는 소중한 낮잠 시간을 갖지 못하니 피곤할 수 있겠다. 일주일 중 이틀 정도는 하원하자마자 곯아떨어지고, 3일 정도는 눈이 반쯤 감긴 채로 저녁시간을 버티는 것을 보았다. 담임 선생님과 전화통화할 일이 있어 혹시나 물어보았다. "혹시, 라봉이가 오후엔 어떤가요? 졸려하나요?" 잠을 못 자서 기운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선생님의 답변은 전혀, 그렇지 않다 (ㅎ)라는 것. "라봉이는 유치원을 활동을 잘 참여하고, 좋아하는 것 같아요. 친구랑도 잘 지내고요." 유치원 활동은 곧 잘한다고 하니 그 에너지를 다 쏟고, 하원할 때 기력을 다해 기운이 없구나 싶다.
아빠와의 하원 이야기를 들어보면, 유치원 돌봄 교실에서 나와 잔디가 있는 운동장에서 30분은 놀고 집에 간다고 한다. 공도 차고, 놀이터 시설도 이용하고 아빠와 달리기 경주도 하고 말이다. 어제도 아빠와 달리기 경주를 하는데 아이가 넘어져서 아빠가 1등을 했다고 그때부터 아이는 서러운 울음을 터뜨려 한참 아빠도 애를 먹었다고 한다. 본래의 원인은 1등을 못한 것이 슬프기도 했겠지만, 아이는 배고프고 피곤하고 졸린 상태를 울음으로 표현하는 일이 종종 있었기에 감정이 증폭된 것 같다. 실컷 울다가 집에 오는 차에서 잠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씻지도 못하고 저녁도 못 먹고 잠들어 아침까지 자는 거다.
해가 다 질때까지 운동장을 누비며 논다.
처음엔 일찍 자는 아이가 엄마아빠에게 시간을 만들어주니 고마웠는데, 사실 이렇게 자는 건 그다지 좋은 시그널은 아니다. 무엇보다 점심간식 먹고 12시간 이상 공복인 아이라 다음날 아침에는 힘이 없는 채로 일어나 축 쳐져있기 십상이다. 우리 아이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밥을 안 먹으면 유독 더 얼굴이 창백해지고 온몸에 힘이 빠져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는데, 그래서인지 오래 자고 일어나 힘이 없는 아이가 더 안쓰럽다. 그래서 아침에 눈도 못 뜨는 아이에게 밥 한 숟가락 넣어주며, 먹어야 힘이 생긴다고 어르고 달래며 먹이게 된다.
예전 두 돌 쯤이었나, 아이가 계속 잠만 자고 축 쳐져있다는 어린이집 선생님 연락에 놀라서 병원에 간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전날 넘어지며 머리를 다쳐서 그런가 해서 병원에서 검사를 했었고 원인을 찾지 못했는데, 그날 저녁밥을 먹고 아이가 기운을 차렸던 해프닝이 있었다. 아마도 공복상태로 오래 있으면 아이들은 금방 지치거나 에너지가 고갈되는 것 같았다.
그러니 피곤해서 잠드는 아이의 사이클이 계속되는 건 좋은 일은 아닌데, 지금은 유치원도 적응해야 하고 낮잠도 이겨내야 하고 늦게 만나는 엄마아빠와도 놀아야 하고 아이도 참 바쁜 날들로 보내고 있을 거다. 오늘도 든든히 밥을 먹고 영양제도 챙겨주고 세 가족의 하루를 시작한다. 우리 건강한 하루의 일과를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