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폭풍 성장하는 아이의 시기, 엄마의 마음 독백.
아이는 어느덧 47개월, 많이 컸다. 100일 200일 챙기던 때는 하나하나 모든 기록을 남기겠다고 사진도 기록도 열심히 남겼는데... 이젠 몇 개월 인지도 세보아야 안다. 책이나 교구도 돌 즈음까지 열심히 마련했다가 지금은 그것도 시들하다. 우리 집엔 아직도 돌 즈음 읽었던 책이 있다. (^^...)
사실 육아휴직기간과 복직 후 기간을 비교해 보면, 아이가 부모님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주요 몇몇 교구 외에는 활용도가 낮다. 주말에도 놀러 나간다거나 친구랑 논다거나 하면 집에 머무르는 시간도 비교적 낮아져서 더욱이 그렇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아이에게 여러 가지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데, 실상은 매우 단조롭다. 평일엔 하원 후 씻고 밥 먹고 TV시청을 종종 한다. 아이가 혼자 노는 시간엔 좋아하는 자동차 장난감 몇몇 개를 가지고 논다. 간혹 엄마나 아빠가 같이 놀 땐 자석 블럭으로 공이 굴러가는 길을 만들어보고 퍼즐을 같이 하기도 한다. 잠들기 전에는 책을 읽었는데, 패드를 쥐어준 후에는 패드로 갈아타게 되었다.(^^;;;) 주말에는 아빠엄마와 요리를 해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청소를 하는 것이 고정 일상이고 그 외에는 집에 손님이 와서 파티를 한다거나 사람들과 시간을 보낸다. 월 1-2회 정도는 아이 또래 친구들과 키즈카페나 신체활동하며 놀 수 있는 곳도 가기도 한다.
이렇게 다섯 살이 되었는데, 집에서 해준 것에 비해 아이는 잘 크고 있는 것 같다. 말도 잘하고 의사소통도 명확하고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있고 균형 잡힌 식사도 하고 있으니 부족함은 없다.
하지만 집에서의 생활이 뭐랄까, 휴식인지 멍 때림인지 아니면 그냥 킬링타임 메꾸기인지 조금은 아쉽다. 아이는 점점 크고 있는데 지금의 환경을 그저 따라가기 바쁜 생활이 아쉽게 느껴진다. 나도 하루를 꽉꽉 채워서 잘 보내게 하고 싶은 엄마마음과 일 하고 와서 쉬고 싶은 직장인으로서의 마음이 혼재되어 있다. 엄마아빠도 쉬거나(자거나) 집안일로 시간을 보내니 아이도 쉬거나 집안일을 한다. 집에서 생산적인 일을 했으면 하는데 마음만 그렇다. 아이도 무언가 만든다거나 끼적이거나 스스로 책을 읽거나 했으면 좋겠는데 사실 부모가 그러지 않으니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요즘 주변을 보면, 엄마아빠의 교육관 또는 교육방식에 따라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많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물론 부모의 몫이기도 하다. 영유아기 때부터 그러하니 사실 유치원 초등학교에 가면서 그게 연장될 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그렇진 않다. 엄마, 아빠 둘 다 무엇을 시켜야겠다 하는 사람이 없다. 누가 뭐 한다더라, 그런 것에도 큰 영향을 받진 않는다. 그동안 아이 교육적인 측면보다는 안정적인 환경, 아이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에 신경 써왔다. 이를테면, 밥은 10개월부터 혼자 숟가락 쥐고 먹게 하기. 음식은 돌아다니면서 먹지 않고 앉아서 부모님과 함께 먹기. 자기가 가지고 논 물건은 제자리에 두기. TV를 볼 때도 정해진 시간만 보고 스스로 끄기. 물 혼자 정수기로 받아먹기 등 이런 것들이다. 주로 생활 습관에 관련된 것들, 그리고 정서적인 부분에서 스스로의 감정과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제 5살, 생활 습관만을 알려주기보다는 넓은 세상의 다양함을 알려주고 싶은데... 여러 가지 경험으로 스스로의 길을 찾을 수 있으면 하고 또 주체적인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다양한 경험을 더 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쉬운 건 엄마 마음이지만 차차 같이 찾아가며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