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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픽스의 빗치 Apr 15. 2019

새 신발

2018.10.9.

새 신발을 신을 때는 늘 떨린다. 예뻐서 산 이 신발이 과연 나랑 잘 맞을까 하는 기대와 걱정 때문이다.

새 사람을 만날 때도 똑같다. 멋있어서 만난 이 사람이 과연 나와 잘 맞을까 하는 기대와 걱정은 신발 개시할 때와 너무도 비슷하다.


1. 첫 느낌과 겉모습에 반해 시간과 돈을 들여 내 것으로 만든다.

2. 사람들에게 내다보이고 자랑하고 싶다. 진짜 내 것이 됐구나 싶어서 기쁘다.

3. 조금의 모자람도 넘침도 없이 나에게 딱 맞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거의 불가능하다.

4. 서로 익숙하지 않아 여기저기 까이고 물집이 잡힌다. 아프다. 짜증도 난다.

5. 밴드를 붙여보기도 하고 길고 두툼한 양말을 신어보기도 한다. 애정이 남아있고 어떻게든 더 함께 하고 싶은 경우에만.

6. 꽤 함께 하다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간다. 적당히 타협하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착 감기기도 한다.

7. 도저히 구제불능일 경우, 정말 예쁘지만 너무 고통스러울 경우, 눈물을 머금고 작별한다. 거들떠보지 않고 한쪽에 방치해 둘 때도 있다.

8. 이 쪽에서 내다버리기 전에 그 쪽에서 먼저 망가져버리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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