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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구매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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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픽스의 빗치 May 28. 2019

구매일기

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원은 소비로 규정된다

내가 돈을 주고 사는 물건에 대해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억울함 때문이다.


엄마는 늘 말한다. "이 소비요정아."

돈을 아껴야겠다고 수십 수백 번을 다짐하고도 물건만 보면 물욕이 넘쳐서 얼른 사버리는 나의 소비 행태를 지적하는 말이다.



특히 구매를 많이 하는 물건은 단연 옷과 신발 등 패션 제품이다. 그냥 옷이 좋다. 굳이 사지 않더라도(사실은 사지 못하더라도) 매 시즌 나오는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의 컬렉션을 보는 것으로도 행복해진다. 이건 그냥 지름신이 아니라 취미생활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사회는 피규어 등을 사 모으는 사람들에게 '어덜트족'이라는 아주 그럴싸하고 있어보이는 이름을 선사했다. 돈이 얼마가 들든 행복을 위해 장난감 같은 것을 사다가 진열하는 취미다. 나의 경우 그게 장난감이 아니라 옷 (등) 이라는 것만 다르다. 심지어 피규어는 집안 찬장에다가 모셔두고 만지지도 못하고 밖에다 내보이지도 못하지만, 옷은 사면 입고, 입고 나가면 자연스레 자랑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옷을 많이 사면 지름신이고 피규어를 많이 사면 소확행인가!!! 억울했다!!!!


나는  행복을 위해 스스로 돈을 번다. 내 노동력을 팔아서 돈을 벌고 그렇게 번 돈을 팔아 행복을 산다. 그게 그냥 자본주의가 돌아가는 이치 아닌지.

자본주의에서 나고 자란 사람에게 물건을 구매한다는 것은 그냥 돈을 쓰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아주 좋은 자아 실현과 발현의 수단이다.

그래서 내가 사는 물건들에 대해 써 보기로 했다. 당장 저번 주말에 산 물건들만 봐도 내가 지갑을 열고 체크카드를 건네기까지 수많은 고뇌와 망설임과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그걸 쭉 모아보면 나라는 인간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가치를 두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지름신이 내리는 것에 대해 자기합리화를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자본주의의 순리를 거스르기에 나는 너무나도 의지가 박약하고, 세상엔 어머 이건 꼭 사야할 물건들이 오늘도 새롭게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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