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삶을 서른이 넘어 시작하고 있다
스스로를 깨고 나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나처럼 수동적인 삶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대게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란 여자들이 그러듯이 룰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는 선택들로 내 삶을 채워나갔다.
나는 부모님과 30살까지 함께 살았기 때문에 사회에 나와서도 나에게 틀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우리 가족의 소극적인 성향에 익숙해진 탓도 있다. 좋아하는 것들이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옮기지도 않았다. 이게 나에게 엄청난 제약이 된다는 것을 아주 뒤늦게, 부모님에게서 독립한 후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한번 거르고 말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서른이 넘어서 알았다. 처음에는 내가 원하는 것을 것으로 들어내는 것조차 어색했다. 원하는 것을 표현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원하는 것이 없어진다. 아니면 그게 가능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다. 나는 조금씩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법부터 키웠다. 식사 메뉴를 정하는 것에서부터 주말 시간을 보내는 법부터 차근이 주체적인 선택을 나는 ‘노력’으로 키우고 있다.
서른이 넘어 스스로를 알아가는 것이 늦기는 하다. 10대 때 알았더라면 공부를 더 열심히 했을 테고, 20대 때 알았더라면 진로를 바꿨을 텐데. 항상 후회는 있지. 하지만 다행이고 30대는 넘기지 않고 늦게라도 알아가는 중이라 나는 요즘 적극적인 선택들을 하고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정말 원하는 모습과 삶은 어떤 것인가. 그러기 위해 무엇을 성취해야 할까.’
조금은 늦었지만 이 속도가 나에게 가장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든, 친구든, 가족이든 다른 사람에게 선택을 미루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 나사는 것. 정체되어있던 지난 시간이 스스로를 깰 수 있는 시간이 돼주었다. 다시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을 무기력한 선택으로 꾸려지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