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견기업 소기업을 모두 경험하며

by 삶 집착 번뇌

나는 대기업부터 중견, 중소기업까지 모두 경험한 뒤 대표가 되었다.

어머니는 합리적인 절약과 투자를 동시에 해내는 분이었고, 아버지는 대기업에서 일하며 절약을 철칙으로 삼는 스타일이었다. 덕분에 우리 집은 부유하진 않았지만, 필요한 순간에 돈이 모자란 적도 없었다. 금수저라고도, 자수성가라고도 불릴 수 있는 독특한 배경을 가진 셈이다.


하지만 내 생활은 검소함 그 자체다. 한 달에 쓰는 돈이 1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직접 요리를 해먹고, 특별한 친구가 아니면 밥 한 끼도 쉽게 먹지 않는다. ‘자수성가’라는 타이틀을 지키고 싶어서라기보다, 그냥 내 성향이 그렇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과학기술인 간담회에서 다양한 대표들을 마주했다. 다들 좋은 대학 출신이었지만, 실적은 화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매출 200억에 적자 200억을 내는 기업, 매출 200억에 영업이익 8억인데 직원이 50명, 대표가 4명인 회사, 3개월만 자금 흐름이 흔들려도 무너질 구조…. 숫자만 큰 회사들 사이에서, 나는 오히려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해왔다는 확신을 다시 얻었다.


나는 1인 기업 시절 월 매출 1억 5천을 만들어냈고, 지금은 시스템 기반으로 사무실이 돌아간다. 개발, 세무, 회계, 인바운드 영업을 담당하며, 현장 영업도 하고 싶지만 내가 직접 팔기 시작하면 직원 월급 이상 적자가 나는 구조라 불가피하게 ‘관리 중심’의 역할로 자리 잡았다. 자연스럽게 내 하루 실질 업무시간은 두 시간 이하다.


회사가 돌아가는 힘은 시스템이다. 일간·주간·월간 보고서, 직원 케어, 고객 상담, 지출 체크가 내 루틴이다. 특히 AI가 비용 절감에 큰 역할을 했다. 노무·법률·세무 상담 대부분을 AI로 먼저 해결하고, 정말 필요한 부분만 전문가에게 맡기면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


빠르게 시스템화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규모의 회사를 모두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50명 규모의 강소기업과 10명 미만의 바닥 중소기업을 모두 지나왔고, 대기업에서는 ‘벽돌’처럼, 중견기업에서는 ‘하나의 방’처럼, 중소기업에서는 ‘작은 시스템 전체’처럼 일해봤다. 어떤 회사에서도 나는 늘 조직의 흐름과 큰 숲을 보려고 했다.


지금 나는 창업형 사업가에서 수성형 사업가로 넘어가는 단계다. 열정으로 뛰던 시기에서 냉정으로 판단하는 시기로 바뀌고 있다. 의외로 이 단계가 나와 잘 맞는다. 마음 한편의 공허함만 관리하면 된다.


이제는 세상에 기여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어쩌면 오만해 보일 수 있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 직원들의 삶이 먼저 안정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모레도, 더 완벽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다시 뛰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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