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나 깎고 스님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가 모임에 다녀왔다. 매출이 더 높은 사람, 나보다 돈이 많은 사람, 의사, 변호사… 겉으로 보면 모두 잘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사업 이야기를 하면 다들 부러워했다.
엔지니어링 기반의 무역회사, 기술력과 신뢰가 없으면 초기에 시장 진입조차 어려운 구조, 그리고 시스템만 갖춰지면 숨 쉬듯 돌아가는 자동화된 구조.
내 또래 사업가 중에 B2B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목표로 삼는 B2B를 나는 그냥 자연스럽게 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경쟁하려고 간 것이 아니다.
그냥 삶이 텅 비고, 공허해서, 비슷한 결이 있는 사람을 찾고 싶었다.
그런데 나보다 잘나가는 사람들은 시간이 없었고, 나보다 못나가는 사람들은 내가 겪는 무게를 모르는 듯했다.
자기소개 시간에 기술영업과 R&D를 하고 있다고 말했을 때,
또 자연스럽게 내 업을 자랑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럼 뭘 말해야 했을까.
모임에 나온 목적을 묻길래
“요즘 마음 관리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고 하자,
비웃음이 흘렀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 여기에 있는 의사·변호사·대표들은 아직 내가 고민하는 레벨에 닿지 못했구나.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또 내가 너무 기대한 걸까.
요즘은 그냥 압도적으로 사는 게 마냥 기쁘지 않다.
침대에 18시간 누워 시체처럼 지내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살 거면 머리 깎고 스님이 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