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 우울증

by 삶 집착 번뇌

최근에 아는 형이 나에게 우울증이 아니냐고 물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의 정신 상태를 점검해보았다. 병명을 검색해보기도 하고, 나와 비슷한 감정을 겪는 이들의 사례를 찾아보기도 했다.


찾아보니 아주 심각한 단계는 아니었고, 사회적 성공 이후 ‘성공의 문 너머가 텅 비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찾아오는 공허감—일종의 낙원 우울증에 가까웠다. 시스템을 완성시키고 올라갈 곳이 사라진 순간부터 생기는 감정. 많은 사업가들이 이 과정을 겪는다고 한다.


얼마 전 봉구스밥버거 대표가 마약 중독으로 무너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어쩌면 그 역시 같은 공허를 달래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다행히 나는 AI 시대에 태어난 덕분에, 글쓰기라는 해방구를 찾았다. 쌓인 독을 흘려보낼 창구가 생겼고,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좋아해주는 모습을 보며 감사함도 느낀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없는 토요일이면, 하루 종일 누워 TV도 켜지 않은 채 최소한의 식사만 하고 고독 속에서 시체처럼 흘러가곤 한다.

부모님은 결혼하라고 재촉하시고, 나도 꾸준히 여러 사람과 데이트를 해보지만 마음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어쩌면 내 안에는 아직 지워지지 않은 사람이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스스로 병명을 붙이는 건 위험하다. 자기 페르소나를 과대해석하고 왜곡하는 일이 될 수 있으니까. 다만 ‘이런 상태일 수도 있겠다’ 정도로 추측할 뿐이다.


사람들은 다른 일을 해보라고 조언하지만, 내 사업이 선순환하는 것과 반대로 내 정신은 악순환을 그리며 천천히 침몰하는 느낌이다.

일은 줄었는데, 내가 손댈수록 오히려 에러는 늘고 순수익률은 줄어든다.


신기하게도, 내가 개입하면 돈이 깎인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게으름을 배우고, 일부러 일을 직원들에게 맡기고 있다.

사업이 조금씩 내 통제권 밖으로 밀려나는 느낌도 든다. 지금이야 좋은 직원들을 뽑아 다행이지만, 내 눈썰미가 완벽할 리 없다. 그래서 이제는 직원들의 눈을 더 믿어보려 한다.


오늘도 이렇게 전능감과 공허감 사이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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