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by 삶 집착 번뇌

어떻게 알게 된 형과 술자리를 가졌다.

안효섭을 닮은 잘생긴 형이었고, 함께 있으면 묘하게 경쟁의식이 생겼다.


그 형이 과거에 열세 살이나 어린 친구와 결혼을 고민하다가 틀어진 이야기, 인생사와 사업에 대한 꿈을 들었다. 자연스럽게 나의 인생과 사업, 철학과 종교, 그로 인한 갈등까지 대화가 이어지다 보니 3~4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여섯 살 어린 한 친구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어떤 사람이냐, 무슨 일을 하느냐, 나이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이었다.

합석 제의이자 낯선 타자의 대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잠시 앞에 앉은 형의 눈치를 보다 결국 거절했다.


문득 과거가 떠올랐다.


서른 살 무렵, 두 해 정도 만났던 연인은 나보다 여섯 살 어렸다. 당시 그녀는 여섯 살 많은 나를 대단히 창피해했다. 지금 돌아보면, 나라도 그랬을 것 같았다. 대기업을 다니다 사업으로 전향했지만 계속 실패하고 있었고, 외모 역시 특별히 잘 관리된 상태는 아니었다.


종교도 달랐고, 술자리에서 만났다는 사실을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워하던 그녀의 마음을 나는 이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 주던 모습이 참 고마웠다.


시간은 흘러 2년이 지났고, 나는 실패의 끝에서 ‘완벽한 실패’를 맞이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헤어졌다. 완전히 무너진 나를 그녀는 더 이상 볼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실패의 2년 동안 그녀가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애써 알려 하지도,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어떻게 나의 완벽한 실패 앞에서 떠날 수 있지?’

그 생각뿐이었다.


지금 돌아보니, 그녀 역시 무서웠을 것이다. 크리스천도 아닌 남자의 실패 과정과 그 끝을 지켜봐야 했으니까.

2년의 연애 동안, 매번 회피하려는 그녀의 성향에 나는 점점 지쳐 있었고, 그때의 상처가 지금의 나에게 회피적인 성향을 남긴 것 같다.


지금의 나를 그녀가 본다면, 나는 다시 떳떳하게 설 수 있을까.

그녀는 나를 자랑할 수 있을까.

여전히 나는 모자란 사람일까. 그런 생각이 스친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일은, 흘러가 버린 과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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