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여전히 사랑의 언저리를 서성이는 이들이 모이면 으레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현실적인 핑계를 대거나, 아니면 각자만의 견고한 사랑의 환상에 갇혀 있거나. 나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저만치 떨어져 홀로 서 있는 누군가를 보며, 문득 한 가지 의문이 고개를 든다. ‘과연 우리는 완벽한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일까?’
연애란 정말 우리를 온전히 행복하게 해줄까. 솔직해지자면, 사랑이 주는 행복은 찰나에 불과했다. 처음 관계를 시작할 때의 설렘, 갈등이 부재한 평온함, 스킨십이 주는 온기, 그리고 잠시 스쳐 가는 안정감. 그러나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단기 연애든 장기 연애든 인간 본능의 민낯이 드러난다. 남자는 무의식적으로 ‘처음 보는’ 낯선 매력에 강하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초반에 강렬한 끌림을 주지 못한 관계는 아무리 다가가고 애를 써도 끝내 마음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매력적인 여성들은 끊임없이 쏟아지는 구애 속에서 피로를 느끼며, 도리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대상을 쟁취하기 위해 먼저 다가가는 역전된 모습도 종종 발견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성을 바라보는 남녀의 잣대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3초 안에 반하지 않으면 이성적 호감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여성들 역시 찰나의 직관으로 상대를 파악한다. 다만 그 행동 양상이 다를 뿐이다. 생물학적으로 임신과 출산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짊어질 수 있는 몸이기에, 본능적으로 상대를 신중하게 탐색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려 든다. 그들은 호감이 가는 이에게만 슬며시 문을 열어두는, 수동적인 듯하지만 지극히 주도적인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그렇게 지난한 탐색전을 거쳐 연애가 시작되어도 평화는 영원하지 않다.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서로를 시험하고, 의심하며, 어떻게든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을 갈구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완벽한 안정감이 찾아오는 순간, 설렘은 증발해 버린다. 긴장이 풀린 관계는 종종 누군가에게 떠날 채비를 하게 만든다. 내가 먼저 그 불안을 잠재우고자 관계를 성급히 ‘안정’으로 규정하려 든다면, 상대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떠날 가능성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결국 활활 타오르던 감정이 지나간 자리를 버티게 하는 것은 ‘의리’라는 불완전하고 투박한 감정뿐이다. 짜릿한 호르몬의 장난이 끝난 후, 그저 서로의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것. 그러나 계산이 빠르고 이해타산이 만연한 이 세상에서, 과연 변치 않는 의리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온전한 행복을 찾기 위해 그토록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정작 사랑 그 자체는 결코 완벽하지 않다는 이 지독한 모순. 그 씁쓸한 진실 앞에서 가끔은 깊은 절망감을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