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의 거래

by 삶 집착 번뇌

나는 신과 거래한 적이 있다.

나의 안정적인 삶과 관련된 ‘진리의 문’을 통째로 내어주는 조건이었다. 그 대가로 신은 나에게 돈과 시간을 ‘느리게’ 흘려보내 주었다. 거래의 순간, 신은 말했다.


> “영원히 안주할 수 없는 저주를 내릴 것이니, 욕망의 값을 네가 감당하라.”




그날 이후 나는 매일 불안 속에 산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는 본능적으로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그럴 때만 저주는 잠시 숨을 죽인다.


사업이란 본래 그런 것이다. 신에게 영혼의 일부를 내어주고, 원하는 것을 얻는 대신 저주의 굴레를 짊어진다. 내가 아는 사업가 대부분도, 각자의 방식으로 같은 저주에 걸려 있을 것이다.


이 저주는 일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랑에서도 발목을 잡는다. 일에 몰두하면 연락이 뜸해지고, 그 사소한 틈이 관계의 시작조차 어렵게 만든다.

예전에 주우재가 TV에서 말한 적이 있다. “20대에는 한 가지만 맞아도 직진했는데, 30대가 되니 한 가지만 안 맞아도 뒷걸음질 치게 된다.” 여유라기보다, 아마 상처가 켜켜이 쌓인 결과일 것이다.


요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예전만큼 설레지 않는다. 잠깐의 공허함을 달래는 정도에 그친다. 욕심껏 돈을 좇은 결과, 도파민 회로마저 삐걱거리기 시작한 걸까. 현대 사회에서 병으로 정의되지 않는 병, 그것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얼굴을 마주해도 가슴이 뛰지 않는다. 오직 영혼이 교감되는 순간에만 미세하게 설레는데, 그마저도 찰나다. 나이가 들수록 외모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는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조금씩 영혼의 조각이 금이 가고 부서진 채 살아가는 건 아닐까. 나이를 먹을수록 그 균열은 깊어지고, 설렘은 무뎌지며, 저주는 일상이 된다.


우리는 저마다 신과의 거래를 맺고, 각자의 저주를 짊어진 채 살아간다. 그 거래의 대가가 무엇인지,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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