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다니는 몇몇 친구들에게서 “철학과 출신”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순간 “철학과?” 하며 흠칫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철학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정통 교리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신앙이 심리적 기반 위에 세워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논리와 이성의 칼날로 파고들면 허점이 드러나기 쉽다. 그래서 진리에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신앙을 잃는 이들도 적지 않다.
둘째, 철학을 학교에서 배운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의문이다. 철학은 학문이라 부르지만, 실상은 단순한 학문이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위대한 철학자들 중에는 철학과를 정규로 졸업하지 않은 이들이 많았다. 쇼펜하우어 역시 철학을 교실 안에서가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느끼고 사유를 통해 정립한 사람들을 높이 평가했다.
그 친구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역시 철학은 어렵다는 이유로 대부분 중도에 포기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철학은 정규 교육이 쉽게 침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일정량의 독서와 지적 훈련만으로는 부족하다. 삶의 굴곡, 반항심, 정형화되지 않은 독서의 깊이가 함께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능을 잘 치른 학생들이라 해도, 철학의 본질에 다가가기에는 여유와 반항심이 부족할 수 있다. 반대로 반항심만 강한 학생들이라 해도 정규 교육 체계 안으로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 이 두 세계를 모두 넘나드는 사람은 드물다.
형이상학적 사유를 평범한 사람들에게 쉽게 풀어내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철학을 진지하게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지능, 독서량, 사유의 여유, 반항심 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요즘 문득 궁금해진다. 철학과에서는 실제로 무엇을 배우는지, 신학과에서는 무엇을 공부하는지, 종교학과에서는 어떤 관점을 다루는지. 그리고 지금처럼 자유롭게 사유하고 공부하며 철학을 하는 내가, 굳이 다시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