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 할 수 없는 무언가

by 삶 집착 번뇌

설교 시간에 누군가 물었다.

“포기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으신가요?”

그 질문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은 텅 비었고, 마음은 조용했다.

정말 내 삶은 이제 공허만 남은 걸까.


예전에는 살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다.

경멸과 혐오 속의 10대를 지나,

위기와 절망의 20대를 건너,

실패와 좌절로 얼룩진 30대 초반을 넘어왔다.

그 모든 시절을 견뎌온 지금,

나는 ‘왜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을 잊어버린 듯했다.


전 여자친구와의 관계도 그랬다.

대시를 받아 시작한 관계,

만난 김에 결혼하자는 식으로 흘러갔다.

경제적 격차를 메우려 무리수를 던지며

조금씩 신뢰를 잃어갔다.

이제 누군가를 좋아해도 다가가지 못한다.

아마도 용기의 문제일 것이다.

아니, 더 깊이 말하자면,

‘붙잡을 이유’를 잃어버린 나의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포기할 수 없는 게 있냐”는 질문 앞에서

내 감정은 멈춰섰다.

내가 잡는다고 해서 잡히는가?

잡지 않는다고 해서 놓아지는가?

그 질문 앞에서 나는 버퍼링이 걸린 듯 멈췄다.


그 질문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머문다.

나는 지금 무엇을 바라보고 사는가.

한동안 글을 쓰며 공허를 달래왔지만

이제는 고장 난 시계처럼

시간이 흐르지 않는 기분이다.


어쩌면 지금 나는

둥둥 떠다니는 철학의 돛단배 한 척일지도 모른다.

바람도, 목적지도 없이

그저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흘러감의 끝엔

진정한 누군가가 나를 맞이해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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