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예배 이후의 밤

by 삶 집착 번뇌

그날은 금요예배를 마친 저녁이었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무너져 있었다. 설교는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머릿속엔 오직 숫자와 계산만이 떠다녔다.

“이번 달 적자가 났네… 다음 달엔 유효 발주가 많으니까 괜찮겠지만 그래도 불안하다. 이게 사업의 무게인가. 새로 뽑은 직원은 잘한 선택이었을까.”

걱정이 걱정을 낳고, 미래는 자꾸만 무겁게 내려앉았다.


아마 그날 설교의 주제는 ‘기도’였을 것이다.

기도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해석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는 이야기.

어쩌면 내가 썼던 글에 대한 대답 같은 설교였지만, 나는 그것을 외면한 채 다시 현실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날의 나는 하나님보다, 통장 잔고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예배가 끝난 뒤, 오랜만에 마음을 풀어보고자 20대 시절 자주 찾던 바를 향했다.

술을 한두 모금 들이키며 취기가 살짝 오를 즈음, 오래전 단짝이었던 친구가 눈에 들어왔다.

5~6년을 함께 웃고 떠들던 사이였다. 그녀는 여전히 그때처럼 밝았고, 그 즐거움이 마치 한 장의 추억처럼 내 앞에 되살아났다.


우리 사이는 나의 잘못으로 멀어졌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했다.

아마도 그녀는 나를 좋아했었을 것이다. 아니, 사랑에 가까운 감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늘 내 옆자리를 가장 좋아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 관계를 다시 붙잡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녀가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길 바랄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사과는, 멀리서 마음으로 건네는 축복뿐이다.


남자와 여자가 완벽한 친구로 남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아무리 서로의 이상형이 아니라 해도, 문득 설레는 순간이 찾아오니까.

내가 그녀에게 그랬듯, 그녀도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만약 그때, 내가 너에게도, 그리고 네가 나에게도 그런 감정을 가지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도 단순한 친구로 남아 있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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