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비야 Oct 04. 2024

아주 보통의 일상이 기억되는 순간

편의점은 심야식당

별 하나 달 하나 서로 바라보고 있는 캄캄한 하늘.

달빛만으로는 부족한 듯 유독  한 곳에서 밝은 빛을 내고 있다.

대부분의 건물에 불이 꺼져도 불이 꺼지지 않은 유일한 곳이다.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이 그곳이다.

모두 잠들어 고요할 것 같지만 이곳 편의점은 심야에도 바쁘게 돌아간다.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새벽에 물건들이 배송되기에 상하차 트럭과 물류들이 쏟아진다.

드문드문 발길을 멈추고 들어오는 손님들이 잠시 일손을 멈추게 해 준다.

거하게 한 잔 하고 들어가는 길에 숙취해소제 사러 오기도 하고,

공부하다 출출해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먹기 위해 들르기도 한다.


저마다의 이유들로 들어오지만 심야시간에는 뭔가 모를 통함이 있다.

모두 잠든 새벽에 깨어있다는 이유 때문인지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물류정리를 하던 그때,

단골손님이 들어오셨다.

'이 시간에 오시는 손님이 아닌데? 어쩐 일이지?'

 "어서오세요~ 안 주무시고 이 시간에 어찌 오셨어요?"

"아.. 답답해서 나왔어요.. 왜 맘 같지 않은지..."

" 무슨 일 있으셨어요?"


그분은 시골에서 나고 자라서 자유롭게 생활하며 어린 생활을 보내고 지금은 한 집안의 가장이 되어 살림을 꾸려나가고 계신다.

아들 둘을 둔 아버지이다.

이유인즉슨

아이가 학교에서 심리검사를 했는데 상담을 권유했다고 한다.

돈 버느라 바쁘게 다녀서 아이가 어떤지 잘 몰랐다며... 적잖이 충격을 받으신듯했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지금이라도 상담받으면 금방 좋아질 거라고 이야기하고 따뜻한 유자차 한 잔을 살포시 건네어본다.


아버지의 눈물...

마음이 아팠다.


잘 키우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요즘은 애들 키우는 게 왜 이리 어렵냐며 눈물을 훔치고는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를 계산한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다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가슴 한 켠이 아린다.


쉬운 게 없다,

일도 육아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자기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고민들도 다 다르지만 결국 해가 밝아오듯 또 살아내고 이겨낸다.

해가 뜨면 다시 웃으면서 들어오시리라 믿어본다


오늘도 이 자리에 편의점은 늘 그랬듯이 다양한 사연의 손님들을 맞이한다.

항상 문은 열려있으니 끝은 없다.

문을 닫지 않는 유일한 공간이 나의 일터이자 삶의 한 부분이다.

나의 마음도 미래도 문을 닫지 않고 활짝 열어둔 채 하루를 시작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