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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달 Oct 28. 2024

epilogue 마침표

무대에 서있는 한 연주는 계속될 것이다

고마운 새벽에게.


하늘과 땅이 열리면서 어둠 안으로 밝음이 스며드는 시간이다. 어둠과 밝음 사이에 텅 빈 공간에 '틈'이 생긴다. 일치감치 눈이 떠지는 게 그몸에 베인 오래된 습관이려니 했는데 '틈에 머무는 시간'을 참 좋아한 거였다. 깊은 무의식이 나를 깨워준 거였다.

지금 이 시간이 푸른 새벽바다의 등대 같고 짙은 어둠 속 등불 같아 든든하고 고맙다.


작정한 대로 쓰고 마침표를 찍게 된 지금, 처음과 끝을 관통한 천지개벽하는 '틈'의 시간다. 곁에서 적절한 질문을 던져주고 생각을 끌어주고 살아갈 힘을 챙겨것에 대해 고맙다고. 덕분이었다고 '새벽에게' 꼭 전하고 싶다.


인생은 의미란 게 없어, 그냥 사는 것일 뿐.


누가 나더러 삶에 큰 의미를 부여하니까 힘든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거부감이 들었지만 정곡을 찌맞는 말이라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고. 사는 거 별거 아니라고, 그저 우연으로 점철되는 것이라는 말에 동의하면서도 그 이상의 뭔가를 기대하 나를 보았다. 삶은 이럴 거야, 삶은 이래야 하는 거야,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머금었더랬다.


암덩어리 같은 문제가 터지고 괴로워하다가 자포자기하고 맨바닥을 뒹굴고 나서야 인생은 별 의미란 게 없다는 걸 알다. 혹독하게 겪고 나야만 깨닫는 어리석음이란. 쯧쯧. 오늘 당장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올 것은 오고야 말 테니까 그냥 살면 되고,  '덤덤하게' 맞을 준비만 하면 되는 거였다.

엽서그림. By momdal

이제 환갑인데, 이제야 자신을 좀 알 것 같다고?


엄마는 이제 좀 나를 알 것 같다고 했더니, 그렇게 오래 걸리는 거냐고 묻는 아들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


"그래, 오래 걸리더라. 엄마만 그런 건지는 몰라도, 자신의 존재를 오롯이 알아차리는 게 쉬운 게 아니던데. 자신을 아는 만큼 삶이 가벼워지고 세상풍파에 시달려도 문제에 끌려다니지 않고 살만해져. 세상을 선과 악, 옳고 그름이라는 이분법으로 보지 않게 된단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고 여기는 '틈'이 생기면 그 사이로 '자유로움'이 움튼단다. 뭣 때문에 이렇게 살아온 건지 자세히 설명하지 못해도 산다는 거 괜찮은 거더라. 지긋지긋할 때도 있고 끝장내고 싶을 때도 있지만 살아볼 만한 것 같아. 지금 당장은 그래."



새벽 리츄얼 ritual 마음밭 고르기.


잠에서 깨어 화장실에 가서 비우고 입안을 헹구고 한잔 마신 다음 몸을 풀고 책상에 앉다. 끄적거리는 수준이지만 '계속'쓴다. 특별한 변고가 없다면 날마다 나와 오롯이 마주하는 새벽의식 ritual을 '계속' 치게 될 거다.


펜으로 눌러쓰는 것,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 마음을 쓸어내리는 일이라서. 누구는 글쓰기를 통해 삶을 바꾼다고 하고, 다른 누구는 마음의 기지개를 켜는 것이라 하던데 내게 새벽 글쓰기는 마음을 고르는 일이다. 마음밭을 평평하게 고르면 하루를 평온하게 시작할 수 있으니까.

 By momdal

마침표 찍다.


이렇게 곡 하나가 끝나지만 머지않아 새로운 곡이 연주될 것이다. 천지개벽하는 시간에 나의 삶이 천지개벽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글에 마침표를 찍다. 앞으로 어떤 곡이 어떻게 연주될지 모르겠어서 나도 궁금해진다. 단조의 슬픈 느낌일지 장조의 밝은 느낌일지, 템포가 느릴지 빠를지. 인연 따라 바람 타고 날아드는 음표들을 엮으면 곡이 만들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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