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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달 Oct 14. 2024

게슈탈트의 기도처럼

마음을 다스리는 주문 여섯 가지 & 두 개의 기도

내가 나를 환대하는가.


내 기억으로는, 대학원 수업 중 가족상담 첫날이었던 것 같다. 교수의 첫마디가 너희가 너희 자신을 환대하느냐는 질문이었는데 그때 그 말이, 이날 이때까지 마음속에 남아있다.



내가 나에게 어떤 말을 주로 하고 사는지, 왜 그러는지 한 번쯤 짚어보게 된다. 가족상담 교수의 말이 떠오르면서 나의 언어습관과 태도에 대해 지적받을 때 낯 뜨거워지지만 왜 그러는지에 집중한다. 거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고 욕구의 표현인 만큼 내가 나를 알아줘야 하는 거니까. 내가 나를 어루만지고 아끼지 않는데 누가 그리 대한단 말인가. 이웃을 자기 몸같이 사랑하라는 성경말씀, 여기서 말한 제일 첫 번째 이웃이 바로 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목구멍에 밥이 넘어가지 않을 때에도 국에 밥 말아 삼켰던 것은 내가 살아야 남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고 주변의 토닥임 때문이었다. 밥을 먹어야 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마음을 먹는 일이다. 마음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다.






마음을 다스리는 주문 여섯 가지.


# 어쩌라고.


내 뜻대로 안 되는 데 어쩌라고. 그럴 때라야 비로소 '내려놓기'가 되더라. 내 뜻대로 안 된다고 성질부리지 말고 너무 애쓰지 말고 접어.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냅둬. 그래야, 숨 쉴 틈이 생기더라.


## 괜찮아.


별로 나쁘지 않아 이 정도면. 더 나아지지 않아도 괜찮아. 좋은 엄마 아니어도 괜찮고. 문제투성이어도 괜찮고. 남이 뭐라 해도 괜찮아. 그렇다고 해도 나는 나, 너는 너니까. 이건 어설픈 위로가 아니고 진짜야.


### 별 일 아냐.


지금 당장 큰일 같아도 지나고 나면 작아져. 지금 눈앞에 없는 건 떠올리지 마. 생각하지도 마. 감정쓰나미에 휩쓸려가지도 마. 그냥 가만히 있어. 별 일 아니라고 계속 읊기만 해. 그러면 생각이 만들어 낸 것들이 슬그머니 가버린다니까 꼬리를 내리고.


#### 신경 꺼!


쓸데없이 남의 인생에 참견하지 마. 나 하나도 버거운데 뭣하러 남일에 신경 써. 부모도 자식도 남편도 다 남인 거 잘 알지. 나하나 제대로 똑바로 살면 되는 거야. 각자 자기 삶을 충실히 살면 아무 일도 없다니까. 너도 그거 알지.


##### 그럴 수 있는 거지!


세상에 이유 없는 게 어디 있니. 다 자기 나름의 이유가 있더라고. 너도 그렇고 남도 그래. 그러니까 너의 허용범위를 넓히는 거야. 갈등 없이 받아들일 수 없으면 좋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넘어가 봐. 따지고 보면 나도 누군가의 관용에 힘입어 살고 있는 거잖아.


###### 내가 틀릴 수도 있어!


나를 inside out 해보는 거야. 내 기준으로 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는 거 정말 어려워. 욕심과 성냄과 어리 성음의 독을 빼내야만 가능한 거겠지. 절대로, 꼭, 반드시, 이런 말 쓰지 말고. 앎으로 삶을, 남을, 문제를 재단하지 말아. 내가 틀릴 수도 있으니까.


엽서그림 By momdal


마음을 다스리는 두 개의 기도.


# 게슈탈트의 기도.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다."

"각 부분은 다르지만 전체의 성질은 같다."

두 가지가 게슈탈트 심리학의 핵심이다. 게슈탈트(gestalt)는 독일어로 '형태' '전체'의 뜻을 가진 심리학 용어라서 20세기 초 독일에서 발전한 '게슈탈트 심리학'을 '형태심리학'이라고도 부른다.

인간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통일된 전체'로 보아 나-너의 적절한 경계 자기 삶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책임지는 강조한다.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 프리츠 펄스 Fritz Pearls(1893~1970) 그의 아내와 함께 개발한 심리치료 업적을 담은 저서 <게슈탈트 요법 기록> 안에 이 기도문이 들어있다.

## 평온함을 구하는 기도.


미국의 신학자 리인홀드 니버가 쓴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처음 접했을 때보다 큰애가 중독성 도박문제로 자조모임에 나갔을 때 그 의미가 깊게 다가왔 기도문구. 자조모임이 끝날 때 한 목소리로 읊는 기도문이다. 세월 따라 입에 붙고 마음속에 들어앉았다. 그렇다고 해서 기도처럼 살아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읊는 순간 마음이 편하다.'평온'이란 게 금방 사라지는 바람 같아 아쉽다. 물지 않는다.


균형 잡기.


새벽은 인풋 input 하는 시간이다. 하루종일 아웃풋 output 하려면 흘러나갈 에너지가 동나지 않게 충분하게 모아 담아야 한다. 외부상황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타고난 나의 민감함이 빛을 잃지 않으려면, 내 삶을 주도하려면 말이다. 인풋 input과  아웃풋 output 이 균형을 이루되 끄집어낼 것보다 집어넣은 게 많으면 수월해진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써먹을 수 있는 여섯 가지 주문과 두 개의 기도는 삶의 안전장치이고 든든한 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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