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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07. 2024
베껴 쓰고 이어 쓰는 기도 시
하루치 사랑으로 하루하루에 삽니다
당신의 그림자 안에서 빛나게 하소서.
알라딘에 주문을 넣자 양탄자를 타고 새벽에 시집 한 권이 도착했다. <당신의 그림자 안에서 빛나게 하소서>. 이문재 시인이 10여 년 동안 수집한 기도 시 중 73편을 골라 담았다고 한다. 직접 시를 짓는 사람이 하나의 주제로 남의 시를 모아 시집을 낼 수도 있는 거구나.
책날개에서 시인은 시를 읽고 이어 쓰기 한번 해보라고 권한다. 기도 시를 읽다가 자신의 기도를 한 줄 덧붙여보라는 건데, 그러면 '내 안에 있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단다.
이어 쓰기, 이런 것도 가능한 거구나. 호기심이 설렘을 부추기고 지금 당장 해보라고 재촉한다.
이문재, 오래된 기도.
시 필사 By momdal
<지금 여기가 맨 앞> 소장 시집기도는 침묵에서 얻어지는 하느님의 에너지다.
마더테레사가 알려주는 기도는 몸소 체험한 것이라 바로 와닿는다. 날마다 의식적으로 기도하는 시간을 갖고 실제로 해보라, 기도를 하려면 제일 먼저 침묵해야 한다, 하느님은 침묵가운데 말씀하신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보다 그분이 우리에게 전하려고 하는 것을 들어보라. 그리고 기도를 잘하고 싶으면 그만큼 기도를 더 많이 하라고 알려준다. 숨 쉬듯 침묵에서 얻어지는 하느님의 에너지로 살라고 말한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구한 것 하나도 안 주셨지만.
# 구한 것 하나도 안 주셨지만 이어 쓰기.
구하는 것을 하나도 주지 않으신 까닭은
제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니어서겠지요.
달라는 것을 하나도 주지 않으신 이유는
제게 필요하지 않아서겠지요.
내식대로만 생각하고 내 말만 한 까닭은
당신이 가장 만만했기 때문입니다.
주지 않는 줄 알면서도 매달렸던 이유는
그렇게라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구하는 것 하나도 안 주셨지만
그게 당신의 사랑법이었음을
그 사랑 알기 전까지는 지옥이었지만
그 사랑 안 지금, 천국을 알 것도 같습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 모든 것.
# 모든 것 이어 쓰기.
모든 것을 가질 수도 없지만 가지고 싶지도 않습니다.
바라는 게 많고 원하는 게 많을수록 괴롭다는 걸 알기는 합니다.
모든 걸 바람처럼 왔다 가게 내버려 두고 하루하루에 살기. 바람은 이게 전부입니다.
나승인, 오늘의 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