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서라도 버텨 보려고 잔뜩 힘을 주고 있었다. 몸이 아프고 상하는 줄도 모르고 무의식적으로,하던 대로 그렇게 했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법이다' '언젠가 해 뜰 날도 온다' '조금만 더 버텨봐라'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 등등 배운 게 온통 이런 것들이라 다른 방법은 모르는 게 당연하다.
폭풍우가 몰아칠 때 어떻게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지 보고 배운 게 없었다. 닥쳐봐야 알고 겪어봐야 아는 삶의 무자비함과 난파되지 않고 살아남아야 맛볼 수 있는 삶의 쓴맛을 통해 배운 것은 확실했다. 한꺼번에 기운을 몰아 쓰지 말 것, 잔뜩 힘을 주지 말 것, 그러면 둥둥 떠 있을 수 있다는 것.
제대로 버티고 견디는 방법은 힘을 빼고 고요에 머무는 것이었다. 뭘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지내보는 것이 답일 때가 있다. 일단 멈추고 흐름에 몸을 맡겨보면 상황은 견딜만한 것이 되고 처음의 막막함과 두려움은 사그라든다.
시처럼 '사정을 좋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사람'은 아니더라도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는 내가 있다. 이미 벌어진 일로 짓눌리더라도 '엄연한' 현실이라서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내버려 두고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다. 침몰하거나 가라앉아버리면 구조작업 말고 다른 뭐는 필요 없을 테니까. 휘몰아칠 때는 힘을 빼고 가만히 있어 보는 거다. 폭풍우가 멈출 때까지 둥둥 떠있어 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