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는 이유로 익명을 요구받던 19세기 미국,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고향에서 은둔한 작가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접하자 <조용한 열정>이 떠오른다. 그녀의 생애를 다룬 영화,그녀의 시로 끝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행복한지, 행복하다면 얼마나 행복한지 따지는 건 돌멩이가 아닌 사람의 일이다.원하는 것을 다 이룰 수 없고 자기 뜻대로 될 수 없음에도 '그래야 한다는 착각'이 빚어내는 괴로움이 행복을 가리고 만다. 그러한 이치를 깨달았다고 해도미련은 질겨 허망한 기대는 좀처럼 잠재워지지 않는다. 주어진 것은 당연하게 것이고 부족한 것은 기어코 채우려는 행동의 연속.
어쩌면 살아있는 한 '바랄 게 없는 상태'란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반대로 바라는 게 있어서 삶이 지탱되는지도 모르는 일, 삶과 인간은 욕망덩어리라서.
우리 눈에 하찮아 보이는 돌멩이가신의 섭리대로 자연에 순응해서 행복한 것이라고, 시인의 눈에 그렇게 비친 걸까. 그렇다면 '절대적인 신의 섭리를 따라야' 하는 것이 불완전한 존재의 숙명이고 행복을 받아들이는 자세인 걸까. 별 볼일 없고 하찮은 존재일수록, 바라는 게 적을수록, 욕망이 사그라들수록 행복에 부응하는 것 같다.
그렇더라도
'지금 이 순간' 얽매임 없이 두려움 없이 머물면 그것이 행복일 터, 첫새벽 고요에 잠겨 글 쓰는 지금 이 순간 평온하다. 이런 게 행복, 행복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