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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달 Nov 21. 2024

가을을 음미하는 이에게

가을/ 김종길

가을

by Momdal

오래전에 베껴 쓴 시다. 다이소에서 묶음으로 산 엽서에다 끄적거리며 시간을 보낸 날들. 엽서 한 장에 하루를 꽉 채워 기록해두려고 했던 때가 있었다. 꾹꾹 눌러쓸 때 종이 위를 스치는 펜의 소리가 나를 이끌어주었다. 뭔가를 쓰거나 끄적여야 직성이 풀리는 체질이었던 건지. 내 안에 있던 숨어있던 어떤 것이 겉으로 드러난 건지.....


내성적이고 예민한 나하고 잘 맞는다고 해도 따로 매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계획조차 없다 보니 하다 말다. 그렇더라도 기록은 쌓이고 엽서는 차곡차곡 모였다. 그중에 몇 개를 뽑아 연재하고 있는데 어차피 시가 외워지지 않아 간직하려는 것뿐이니까 부담이 없 좋다.


마음에 울림이 있는 시나 와닿는 글을 수집하 내게 다이소에서 묶음으로 파는 엽서가 얼마나 요긴한지 모른다. 종이와 펜만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게 마법 같아 놀랍다.



해가 점점 더 짧아지고 어둠은 길어지고 있다.

가을을 읊은 시는 많지만 김종길의 <가을>은 서서히 마음에 스민다. '내 삶이 맞는 또 한 번의 가을'을 남긴 시를 찾은 나'또 한 번의 가을'을 음미하고 있다. 머리카락이 성글어가는 것처럼 기억도 성글고 옅어져서 아무리 좋아도 잘 외워지지 않아 여러 번 읊으며.


해가 많이 짧아진 만큼 올 한 해 남은 시간도 줄어들고 내 삶도 짧아지고 있다.





"아, 내 삶이 맞는 또 한 번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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