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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달 Dec 05. 2024

나무처럼 살고 싶은 이에게

고목/ 김남주

고목

by Momdal

시에서 말하는 나무가 古木일까 枯木일까.

옛 고(古)와 마를 고(枯)는 차이가 작지 않다. 古木은 더 이상 크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나무를 말하고 枯木은 말라서 죽어버린 나무다. 오랜 시간을 버텨 살아있는 것과 말라죽은 것은 다르지 않나.


김남주 시인이 읊은 나무는 오래 산 나무 일 것이다.

더운 여름에는 짙은 그늘로 쉼터를 내어주고 새들에게는 피난처가 되어주는 나무, 얼마나 고마운가!

늙어도 추해 지지 않고 품이 넓은 나무처럼 나도 추레한 늙음 말고 깊어지고 관대해지고 싶다.




 살아서 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예사롭지 않은 품을 가진 나무, 말없 가르침을 주고 있다. 삶을 다한 나무에 자란 곰팡이를 먹으러 곤충들이 모여들고, 다람쥐도 보금자리로 삼아 '고목호텔'이 되어준다고 한다. 이렇듯 숲에서 분해되는 동안에 벌어지는 일을 보면 나무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아낌없이 내어주는 존재가 아닌가.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고목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도 저러고 싶다는 시인의 마음과 같아진다. '주름살투성이 얼굴과 상처자국으로 벌집이 된 몸'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것, 줄 수 있는 것으로 기꺼이......


쉽게 살고 싶지는 않다, 시인은 자신이 내뱉은 말처럼 나무처럼 살다 갔다.

이 시는 나무를 읊은 게 아니라 시인 자신의 삶을 그린 것 같다.

유신시대에 저항하기 위해 지하신문 <함성>을 제작했고 인혁당, 남민전 사건으로 투옥, 감옥에서 우유팩에 날까롭게 간 칫솔대로 눌러쓴 시를 모아 엮은 <진혼가>

얼마나 강렬하고 뜨거운가!



고목, 이 시도 그렇다.

쉽게 사는 길을 택하지 않은 시인의 삶이 시와 밀착되어 그런가, 읽고 또 읽게 된다.

길손에게 그늘을 내어주는 정도, 그것을 훨씬 넘어 민주화의 횃불이 되었던 김. 남. 주. 전. 사.

말과 글이 삶과 유리되어 있을 때 느껴지는 공허감 없이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예리함이 있다.

곧장

시인에게 배우고 나무에게 배워서

'작은 것'부터 살피는 마음, 아끼는 마음으로 내어주며  살아야겠다.




"저 나무처럼 길손의 그늘이라도 되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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