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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달 Nov 30. 2024

대림시기를 맞이하는 모든 이에게

더 먼저 더 오래/ 고정희

더 먼저 더 오래

by Momdal

처음 시를 접했을 때 나는 이렇게 시작되는 산상설교(마태오복음 5)가 오버랩되어 떠올랐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받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



오늘이 가톨릭 전례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이고 내일, 12월 1일은 새해 첫날이 된다. 이때부터 12월 25일 주님성탄 대축일까지 4주간은 '대림시기'가 되는 것이다. 대림待臨이라는 말이 '예수님이 오시기를 기다린다'는 뜻이라 '더 먼저 기다리고 더 오래 기다리는 사람이 복이 있다'는 시구에 마음이 와닿았다. 먼저 기다리기 시작하면 그만큼 더 오래 기다리는 셈이 아닌가. 기다리는 동안 4개의 대림초가 짙은 보라색에서 점점 옅어지다 성탄절에는 하얀색이 된다. 올지 안 올지 모르고 무턱대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어둡고 탁한 마음을 가다듬고 들여다보면 점점 밝은 빛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詩에 더 집중해 보니 '사랑으로 씨 뿌리고 열매 맺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신학대학교를 나온 시인은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친절하게 읊고 있었다.

 

기다리는 고통,

문 닫지 못하는 슬픔,

애통하는 눈물,

상처로 얼싸안은 절망 가운데서 솟아날 수 있다고.




모든 것은 잠시 뿐, 변하기 마련이니 기다려도 달라질 것 같지 않은 상황이더라도 '조금만 더 먼저, 조금만 더 오래' 참고 기다려봐야겠다. 사랑의 삼보에서 무지개가 솟아오를 것이라는 믿음을 붙들고.






"사랑의 일곱 가지 무지개 이 세상 끝날까지 그대 이마에 찬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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