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연재 중
사진하고 글하고 걷기에 풍덩
10화
실행
신고
라이킷
24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맘달
Dec 03. 2024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했었지
창경궁 춘당지
11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이라 창경궁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우리 첫눈 오는 날
여기서
만나자고 했었지. 아무리 춥더라도 펑펑 쏟아
져
도 꽁꽁 싸매고 잠깐이라도 만나야 한다고. 창경궁에서.
창경궁 명정문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185
펑펑
.
눈이 퍼부었어.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게 하는, 발길을 가로막는
폭
설
이었지. 그래도 순백의 궁궐이 보고 싶었어. 우리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망설이면 안 되는 거였고 완전무장하
면 되겠다 싶었어. 서울 시내인데
가다가
되돌아오더라도 출발하자, 그렇게 마음먹었지.
순백의 꽃.
빈가지에 눈이 내려앉아 꽃을 피웠어. 이 나이에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하고 만날 수 있어서 참 좋다.
뽀드득뽀드득.
부츠 신고 나오길 잘했어. 축축하고 질척해진 흙길만 아니라 눈길도 걸을 수 있으니, 뽀드득 소리가 듣기 좋아 계속 걷게 되네.
"하얀 눈 위에 구두 발자국 바둑이와 같이 간 구두 발자국~~~"
국민학교 음악교과서에 실렸던 노래인데 술술 나오는 걸 보면...... 어려
서
배운 건 몸에 박히나 봐.
일주일 사이에 이렇게 달라질 수가
.
여기는 고즈넉하고 고요해서 좋아. 우리 약속장소로는 손색이 없
다
, 그치.
뚝뚝.
축축한 눈을 이기지 못하고 가지가 뚝뚝 꺾였어. 습설, 무섭더라. 굵은 나뭇가지도 버티지 못하는 걸 보면. 진입금지 표지를 한 곳에 이미 나무들
은
축축 늘어져있
어. 마른눈 보다 세배는 더 무겁다
네.
단풍
들기 무섭게
굵은 가지
까지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으니
이를 어째.
첫눈부터 폭설
이라
궁궐 숲 속
도 이 난리인데 궁밖의 세상은 오죽하겠어. 우리가 밖으로 나가는 순간, 엄혹한 현실이겠지. 여기는 비현실인데.
눈이 계속 내리려나 봐. 이러다 우리 파묻힐지도 몰라. 하하하~~~
진입금지.
위험하
다고
들어가지 말라네.
지난주 여기에서 단풍놀이
한 거 맞아?
완전 극과 극
이
야. 가을과 겨울이 이렇게
상극
이었나. 중간이
없어.
춘당지 주변길
도 막혀
대춘당지와 소춘당지 사잇길에 간신히 들어설 수 있었는데, 맥없이 나뭇가지가 부러져 연
못
에 풍덩 빠
져있
네
.
창경궁 춘당지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185
관덕정의 가을에 겨울이 포개진 것 같아. 졸지에 금지구역이 되어버렸는데 눈으로 뒤덮여 정자가 한없이 작아 보
여
.
창경궁 관덕정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185
고개 들어 하늘을 보고 나무를 보았지. 이제
고개 숙여 바닥도 봐야
겠어
. 이렇게 예쁠 수가 있는 거야.
크리스마스 삼색
이네
, 빨강 초록 하얀색 말이야. 하나하나 다 예술작품 같지.
눈에만 담기에는
아쉬우니 계속
,
일단
찍고 보
자
. 하하하~~~~~
오늘은 사진에만 집중. 사진에만 진심. 말이 없었지만 우리 이러려고 만난 거 맞지. 하하하~~~~
감사.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에 발걸음을 멈출 수 있어서 참 고맙다.
keyword
첫눈
창경궁
폭설
Brunch Book
화요일
연재
연재
사진하고 글하고 걷기에 풍덩
08
뚝 떨어진 날씨 뚝뚝 떨어지는 가을꽃
09
걷기 좋은 궁궐 단풍나무 숲에서
10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했었지
11
말없이 고요한 겨울로 접어든 숲
12
걸어서 명동성당으로
전체 목차 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