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바다로 떠날 거예요 더 자유롭게 거미로 그물 쳐서 물고기 잡으러 나는 낭만 고양이~~”
참 좋아했던 노래이다. 뭔가 딱 꼬집을 수 없지만 ‘자유’와 ‘반항’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그 노래가 좋았다.
길고양이들은 정말로 자유롭다. 한 곳에 절대 머물지도 않으면서, 마치 당연하다는 듯 사람들의 손을 통해서 먹을 것을 구한다. 아무런 부담 없이… 그래도 집고양이들은 염치가 좀 더 있는 거 같은데… 간혹 집사들에게 애교도 떨고 말이다. 길고양이들의 자유로움은 그들의 존재가 그들이 ‘사는 곳’에 의해 규정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거미줄로 만들어진 그물로 물고기를 잡으며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고양이 같은 존재들이 아니다.
지구별 먹이사슬 최상위에 자리하는 우리 인간들은 종종 아니 대부분 우리가 ‘사는 곳’에 의해 존재가 규정되는 경험을 한다.
올해 초 나는 약 3개월 간, 경기도의 K대학교의 한 연구소의 스페이스 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보다 퀄리티 있는 서비스공간 제공 그리고 연구소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일이었다. 인테리어공사는 이미 끝난 상태였는데, 현장을 둘러보며 연구소장님이 내게 하신 말씀이 있다.
“뭔가 좀 부족해요, 그런데 뭘 더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인테리어 공사에는 상당한 돈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주자들은 뭐가 잘 못 되었는지, 왜 이렇게 완성도가 떨어지는 지에 대해 여전히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에서 ‘인테리어’라고 쳐 보라.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업체들의 홍보가 문자 그대로 대항해 중이다. 그런데, 왜?
그들의 만족도는 높지 않은 것일까?
과거나 지금이나 발주자들은 자신이 필요한 공간이 어떤 공간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아이디어는 대게 막연한 편이다. 반면 취향은 너무나 확실하고 게다가 넘치는 정보 속에서 하고 싶은 것은 너무나 많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지만 결국 업체의 상업적 이익과 시간의 한계에 부딪혀 발주자의
사사로운 욕구들은 급기야 무시되어 버린다. 2% 애매한 공간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K대학의 연구소의 경우, 필요 없는 부분의 인테리어는 과도했고, 정작 더 신경 썼어야 하는 부분에는 돈이 없어서 더 이상 진행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누구의 잘못인가?
이는 대규모의 상업시설이나 기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아파트나 빌라 같은 주거 시설도 마찬가지이다.
요새 아파트 인테리어공사 비용을 듣다 보면 종종 깜짝 놀라게 된다. 물론 고급 자재와 최근 엄청나게 뛰어오른 인건비를 고려해 볼 때, 내가 너무 고지식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다시 처음의 주제로 돌아가서 우리 인간들은 ‘공간’이 자신을 규정하는 세계 속에 살고 있다. 이것은 크게
보아서는 동, 구와 같은 특정한 지역을 의미할 수도 있고, 작게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 더 세밀하게는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이 공간, 그 공간을 구성하는 조형적인 요소들이 그 사람을 규정하기도 한다.
영국의 저명한 수상 윈스턴 처칠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공간을 만들지만 그 다음에는 공간이 우리를 모양 지어 갑니다.” 라고…
나에게 맞는 공간은 실제 나를 기분 좋게 해주고, 편안함을 제공하며,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히 물리적인 안락함 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심리적인 휴식도 함께 제공하여, 우리를 재창조 한다. 다시 말하면, 삶의 방향을 결정함에 있어서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최근 들어 자신의 개성이 드러나는 공간에 대한 개인의 흥미가 늘어나면서 주거시설 인테리어 시장도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한 번 말했듯이 문제는 고가의 인테리어 공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옵션은 아니며, 그렇다고 우리 집은 좁으니, 나는 돈이 없으니 그냥 대충 살아도 된다고… 넘기기엔 소중한 나의 '터전'인 것이다. 나에게는 너무 소중한 '삶'이 있는 곳이니까… 공간이 우리를 만들어 간다.
여기서 좋은 집이란 모델 하우스와 같은 보여주는 잘 짜여진 인테리어를 갖춘 곳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거주자의 욕구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자 거주자의 생활방식 그리고 이상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그래서 '와'라는 탄성보다는 '오'라는 조용한 감탄사가 어울리는 편안함이야 말로 좋은 집의 기본이며, 이런 편안함을 만들어내는 인테리어야 말로 최고의 디자인이다.
모델하우스와 같이 보여주기 위한 트렌디함만을 쫓아 만들어진 인테리어 공간에 산다는 것은 마치 가면을 쓰고 생활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거주자에게 맞는 인테리어란 보여주기 위한 공간 보다는 살아가기 위한 공간에 보다 중점을 두어야 한다. 왜냐고? 당신의 공간은 당신이 원하는 삶을 창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