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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비 Jan 16. 2024

[23번째 월요일] 가벼운 일상의 무거운 이야기_2

모든 문제의 근원은…


한 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이다’라는 것이 정설처럼 돌았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그런가? 물론 개인적으로 만병의 근원까진 아니더라도, 성인이 되어 나타나는 상당수의 병이나 증상들이 스트레스에서 온다는 것에 나는 동의한다. 하지만 일하면서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인생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찬찬히 파고 들어가 보면, 우리가 말하는 스트레스란 과중한 일에서 오는 육체적인 피로감보다는 일이나 일과와 관련된 부수적인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안감, 분노, 혐오, 무력감, 슬픔 등 감정적인 것들에 대부분 얽혀있기 때문이다.


친구의 친구의 문제도, 과중한 일 때문에 육체적으로 오는 한계가 문제라면 해법은 간단하다. 끊으면 된다. 아니 끊지 않을 수 없다. 계속하고 싶어도 몸이 바쳐주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의 슬픔, 좌절은 과중한 일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과중한 일이 발생하는 전 후의 감정 상태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그가 우울한 것은 많은 일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일을 하게 되는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자신의 감정 때문이라는 말이다.  아마도… 그는 영원히 약을 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내 주변에서 한 번 손 대기 시작하는 약을 끊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조금은 의아한 부분이지만 그들 대부분이 자신의 증상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약을 끊지 못한다. 의사들이 약을 지나치게 권장할까? 아니다. 환자들이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하니까, 주는 거다. 고통을 없애 주는 것. 그것이 의사라는 ‘업’이다. 문제는  고통을 막을 순 있어도 약을 통해 치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렵게 이야기하지 맙시다. 그냥 자신을 사랑하면 됩니다.


요즘 유튜브나 SNS 보면 마음공부 콘텐츠가 급속도로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고통받는 이들도 많아졌다는 이야기겠다. 누군가는 진심으로 그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콘텐츠를 만들 것이고, 누군가는 얕은 자신들의 지식과 경험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기도 하겠다. 좋다 나쁘다의 판단은 개인의 몫인 것 같다. 자기 사랑이든, 자존감이든, 참나든 그건 언어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콘텐츠가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가 퀄리티를 판단하는 기준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친구를 걱정하는 나의 베프 ㅇㅇ이가 나에게 물었다.

“자기 사랑? 그걸 어떻게 하는데요? 세상에서 난 내가 제일 소중하다고…! 이거랑 다른 건가?”

“글쎄, 왜 예전에 유행하던 말 중에서, 사랑에 관한 정의였는데, 상대방을 사랑할 때 말이에요. 상대방이 좋아하는 걸 해주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싫어하는 걸 안 하는 거, 그게 진짜 사랑이라는… 전 이 말에 굉장히 신선함을 느꼈었거든요. 마찬가지로 자기를 사랑한다는 건, 뭐 어려운 게 아니라, ‘내’가 싫어하는 일을 나한테 안 하면 되는 게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네요. 아니 남이 싫어하는 일에는 그렇게 신경 쓰면서 정작 자기가 싫어하는 게 뭔지 모르고 대부분 살고 있지 않나요?”

참고로 나의 베프는 자신만의 철학이 확고한 인간형이다. (자기는 잘 모르는 듯), 이렇듯 타고 나기를 줏대있게 타고 나면 좋겠지만, 우리는 무너진다. 예상치 못한 상황앞에서... 생각과는 틀린 현실앞에서...


이것이 나의 경험이고 생각이다. 너무 단순한가? 하지만, 직면한 실패에 우울해보기도 했었고, 극복도 했었고, 종교도 명상도 철학책, 온갖 도움 된다는 짓을 다해본 내가 내린 결론은 저거다. ‘자기 사랑’. 그리고 내게 있어 자기 사랑이란 자기를 괴롭히는 짓을 하지 않는 것, 마음속에서 ‘이건 아니잖아’ ‘괴롭다’라는 감정이 드는 일을 내게 하지 않는 것. 그게 자기 사랑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으면 그건 덤! ^^


내 마음대로 사는 게 아니다. 말장난 같이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게 있어, ‘마음 가는 대로 해라’가 자기 사랑은 아닌 것이다. 오히려 현실을 회피하기 위한 핑계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괴롭게 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스스로가 짊어진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며, 나아가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자유 의지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종종 성공한 연예인들이 경제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하며 그렇게 말한다. ‘저는 제 마음 가는 대로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게 오늘의 성공을 만든 것 같아요.' 이 말은 자신을 괴롭히는 일, 내키지 않는 일을 하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만들어 왔다는 의미이지, 자신이 치러야만 했던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시 말하면 스스로의 책임은 다 했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싫다’는 감정이 쌓이면 무기력을 초래한다. 무기력과 우울은 자석의 N S극과 같아서 서로를 강력히 끌어당기고, 마치 회전하는 구체처럼 사람을 그 속에 가두어 버린다.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이다. 심지어 이 회전하는 자석은 외부의 온갖 비슷한 것들까지 다 끌어와 버린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싫다’라는 감정은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 사이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괴롭히는 것과 책임감에 대한 오해 사이에 존재한다. 


사람이 어떻게 항상 긍정적일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혼자 사는 세상도 아니고 매일매일 생각지도 못한 좋은 일 나쁜 일이 번갈아 일어나며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않는가?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스스로를 우울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이지 망상이며 인간의 존재에 대한 큰 오해라고 생각한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아닌 이상, 우리는 희노애략을 늘 느낄 수 밖에 없다.


진짜 웃기지만 정말 무기력을 탈출하는 최고의 방법은 무엇을 하든 그냥 움직이는 거다. 하다 못해 숨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중요한 것은 패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지...


뭣이 중헌디?


자신을 제대로 알게 되면, 자신이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게 되고, 자신을 괴롭히지 않으면, 늘 행복하진 않아도, 적어도 불행하다고 생각하거나 세상을 향하여 분노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오면, 너무 잘 살 자신까진 없어도 어떻게든 나답게 건강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물론 나를 괴롭히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싫어하는 게 무엇인지를 일단 알아야 할 것이고, ‘책임’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도 필요할 것이다. 나는 내가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 그것을 내 책임의 한계로 정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해도 되는 것이라면 나의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임에 대한 정의는 내가 안고 있는 그 많은 일과 상황들의 우선순위를 정할때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이상을 한다면 그건 내 욕심이고 오지랖이다. 이 욕심이 당신을 괴롭히게 된다면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라, 정말 당신이어야만 했는지를... 누군가가 그토록 지독하게 당신에게 그 일을 강요했었는지를 말이다.

오히려 그 일을 하지 않음으로해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손해'나 그 일을 행함으로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이익'에 막연하게 집착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생각에 사로잡힌다는 것이 그런 것이다. 그 집착과 불안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지는 않는지 말이다. 나는 많은 직장인들이 이 같은 딜레마에 빠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업하는 사람 중 많은 분들이 이 같은 상황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본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자유로운’ '행동'이 아니라 나를 ‘배려’하는 '태도'이다.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테두리 안에서 말이다. 그런데 경험상, 자신을 잘 배려하게 되면, 남도 잘 배려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멘탈이 약하든, 멘탈이 강하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건 그 사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삶의 시간 속에서 다만 스스로를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지, 남이 아닌 자신은 어떻게 대해야만 하는 지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우울한가? 어쩌면 자신을 배려하기 위해 마련된 소중한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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