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결혼 그리고 새로운 만남
주말에는 부산에 다녀왔다. 대학교 신입생 시절 동네 초밥집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친해진 친구 유림이의 결혼식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유림이는 나와 고등학교 동창인데 각각 문과, 이과라 서로 얼굴은 알지만 데면데면하던 사이었다. 그렇지만 일 끝나고 매일같이 마시던 참이슬 메이트로서 찐친이 되어 함께 일본, 대만, 부산 등 많이도 다녔었다.
내 친구 중에서 첫 결혼이다. 참 신기했다. 대학시절 누구는 결혼을 했다더라, 그런데 그 애가 출산을 했다더라 어디서 카더라는 많이 들었지만 내 친구가 결혼을 한다니. 여행 메이트이자 술 메이트인 내 동네 친구 유림이가 너무 어른 같아 보였다. 이 결혼이 참 내게는 뜻깊은 것이, 유림이가 나와 함께 부산을 놀러 갔을 때 이어졌던 인연이 이었다. 식장에 유림이가 입장하는데 아련하고 뭔지 모르게 뭉클했었다. 내가 그날 여행 갔을 때 숙소에 안 들어가길 잘했지.
결혼식이 끝나고 식당으로 이동했다. 동창들 4인, 유림의 대학시절 친구 1인, 유림의 전 직장 동료 1인, 동창이지만 그 무리와는 친하지 않은 나까지 해서 총 7명이서 함께 식사를 했다. 반갑지만 조금은 어색하고 식은땀 나는 조합. 대화가 끊기면 안 된다는 일종의 강박 때문인지 진행병이 있다. 알코올을 조금 마시면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맥주병 두 개를 손에 쥐고 갔다. 하지만 동창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민망했다. 대신 유림의 대학시절 친구가 함께 짠을 해줬다. 나름 도란도란 즐거운 식사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굳이 진행하느라 애쓰지 않아도 다들 잘 대화했을 텐데. 비어있는 대화 시간마저도 대화의 일부니까, 그걸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결혼식은 울산에서 올렸는데 왕복 다섯 시간 반의 거리에 결혼식만 보고 바로 올라가기가 뭐해서 부산에 하룻밤 묵었다. 평화롭고 조용하기까지 한 울산과는 반대로 화려하고 호탕한 대도시 부산에 가니 신이 났다. 부산역에는 외국인, 내국인 여행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모여 좋은 날씨와 여행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아마 저 관광객들은 대부분 광안리나 해운대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도 광안리로 향했다.
이번 주말엔 숙박비가 유난히 비싸서 숙소를 게스트하우스로 결정했다. 잠시 쉬려던 차에 같은 방에 내 또래 여자분이 들어오셨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눴고 윤희라는 이름을 가진 네 살 언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스트 하우스라는 특수한 곳에서 만난 만큼 우리는 금방 친해졌다. 함께 광안리 산책을 하고 타파스 토끼라는 바에 가서 하이볼에 파스타와 브루스케타 시켰다. 눈이 번쩍 떠지는 맛이었다. 내 인생 최초이자 최고의 브루스케타였다. 곧이어 윤희언니의 친구가 왔고 셋이서 영화 헤어질 결심의 카발란, 송줌마, 재미비용 등의 주제로 신나게 이야기했다. 오늘 만난 사람이 아니라 몇십 년 지기 친구처럼 정말 급속도로 친밀해졌었다.
나의 친구가 오고 윤희언니 일행과 헤어졌다. 곧 내 친구의 친구들과도 친해져서 신나게 먹고 마시고 이야기했다. 여행의 묘미는 이런 거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술 마시고 공감하고 다양하고 시시껄렁한 대화를 하는 것. 10월의 마지막 주말도 끝이 났다. 12월엔 또 부산을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