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참, 아 참, 아 참
의욕 넘치던 3개월간의 신입사원 시기가 지나자 마법처럼 권태가 찾아왔다. 12월부터 일거리가 점점 없어지더니 이제는 일주일에 2~3일만 바짝 집중해서 마무리하면 끝날 일들만 주어진다. 남는 시간에는 브런치 스토리를 읽으며 세상 사람들 사는 이야기를 흡수한다. 이 사람은 이렇게 사는구나.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나랑 같은 생각이네, 혹은 나와 너무 달라서 신기하네. 이와 같은 생각들을 떠올리며 죽은 눈으로 8시간을 버틴다.
그리고는 너무 정보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읽고 싶지 않다. (이러한 이유에서 인스타그램도 비활성화했다.) 아무런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다. 그 누구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는 동시에 누군가 나를 찾아주고 옆에 와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면 좋겠다. 음, 번아웃이 온 건가. 화장실에 들어가 유튜브를 킨다. 아무 맥락 없이 알고리즘에 뜨는 영상들을 확인하다 보면 지금 당장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법,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는 법 등의 내 상태를 대변하는 제목의 영상이 속속들이 올라온다.
클릭해서 영상을 중지시켜 놓고 댓글을 읽는다. 10분 내외의 영상도 다 보지 못하는 도파민 중독 증상이 여기서도 나타난다. 내용은 운동을 하라는 뻔하디 뻔한 이야기다. 그럼 그렇지. 그게 어려워서 내가 이러고 있는 건데. 또다시 의욕이 꺾인다. 아니, 이때만큼은 의욕이 차오른다. 오늘은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잠시 산책을 하고 또 요가를 가야지. 그리고서는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다시 마음을 바꾼다. 아,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그냥 바로 누워야겠다. 전기장판을 틀고 차가워진 발을 따뜻하게 녹이며 유튜브를 봐야지.
씻지도 않고 잠들었다가 깨면 새벽 2시다. 씻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씻는 소리에 가족들이 깰까 민폐지 싶어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다. 마음의 허기를 채우려 일본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어내는 유튜브를 보다 잠든다. 헛헛함은 역시나 채워지지 않는다. 아침에 부랴부랴 일어나 대충 세수를 하고 오늘은 잘 살아내 보자 다짐하고는 똑같은 하루를 보내기를 한 달째다. 지루하다. 매사가 귀찮다. 앞으로의 내 앞날은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잘만 사는데.
아 참, 유튜브에서 그랬는데, 비교하지 말라고.
아 참, 유튜브에서 그랬는데, 그냥 이렇게 사는 것도 대단한 거라고.
아 참, 나 앞으로 밥 벌어먹고 살려면은 요가 계속 나가야 하는데 벌써부터 귀찮으면 어떻게 살지.
아 참, 아 참, 아 참.
탄식으로 반복되는 나의 무기력한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