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는 어떤 감정을 가지고 살았지?
지금 가장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기분은 무엇이지?
오늘의 날씨는 어땠더라?
오늘 특별했던 경험이 있었나?
하루를 마무리하며 글을 쓰다 보면 스스로 인지하지도 못한 채 위와 같은 질문을 묻고 답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많은 것을 느낀다. 입사 후 3개월간은 그렇게 매일을 감각해 왔다. 하지만, 출근 - 점심 식사 - 퇴근 - 저녁 식사 - 요가 - 취침과 같이 별다른 이벤트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점점 무감각해졌다. 매일 되풀이되는 삶에 그만 따분함을 느꼈다. 심심한 나날들의 반복 속에 특별한 일 따위는 없었다. 그러니 쓸 글도 없었다. 적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웠다는 얘기를 길게 해 봤다.
환기를 하고자 부산에, 나고야에 여행을 다녀왔다. 새로운 환경에 나를 가져다 두면 대부분의 것들을 낯설고 생경하게 감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때 잠시뿐이다. 결국 또다시 심심한 시간을 버티고 만다.
그러던 중 영화 Perfect days를 우연히 접했다. 지루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반복된 일상을 보내는 주인공 히라야마의 모습에서 나를 보았다. 무한한 반복을 견디는 것. 고독하기까지 한 히라야마는 오히려 반복되면 될수록 더한 만족감을 느낀다. 木漏れ日(こもれび, 코모레비: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를 보며 단 한 번만 존재하는 지금의 순간을 즐긴다. 지금만을 감각한다는 것, 이 점이 나와의 차이점이었다.
하지만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 그래도 한 번씩 다시 이렇게 상기를 시켜줘야 한다. 글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어떤 플랫폼을 통해서라도 이렇게 종종 찾아오는 현자 타임 기간을 조금씩이나마 줄여가는 거다. 히라야마상은 코모레비를 보면서,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한 번씩 씨익 웃는다. 영화를 본 뒤로 나도 종종 그렇게 따라 한다. 따라 하고 싶은 습관을 내게 흡수하고 귀중하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깨우쳐 간다.
영화를 아무리 본다 한들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 여전히 외롭고 지루하다. 그럼에도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매일 조금씩 나은 삶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