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하다 보면 관성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매일같이 새삼 느끼게 된다.
분명 어제보다 1mm 유연해진 오늘이었는데
내일 아침 내 몸은 3mm만큼 굳어진 기분이니
그야말로 신비한 인체의 세계다.
파스치모타나 아사나,
다리를 쭉 펴고 허리를 세워 앉은 자세에서
서서히 이마와 정강이를 가깝게 하는 자세다.
기본자세 중에 하나 임에도
내 몸의 변화를 가장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어제는 분명 맞잡혔던 내 손과 손이,
분명 맞닿았던 내 손끝과 발끝이,
그리고 내 이마와 무릎이,
언제 그랬냐는 듯 오늘은 다시 원점이다.
1mm 앞으로 나가는 데는 참 많은
시간과 참을성이 투입되었는데
되돌아오는 건 정말이지
허무하리만큼 빨라서
내 몸에게 배신감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관성도 꾸준함 앞에서는
제고집만 부리진 못하나 보다.
3mm 뻣뻣해졌던 몸은 서서히
다시 수련을 하는 동안 1mm씩 풀어져
수련을 마칠 때 즈음이면
다시 말랑해진 근육들을 만날 수 있다.
어쩔 땐 어제보다 더,
어쩔 땐 어제만큼
아주 미세하게 나를 다시
앞으로 앞으로 끌어다 놓는다.
이 과정 속에 있자면,
결국 앞으로 더 나가려고 애쓰는 마음보다
이 강력한 관성을 거르는 일을
매일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함을 깨닫는다.
때론 배신감이 들지라도
그저 오늘 내 몸은 이렇구나
매일 들여다보기만 해주면
적어도 퇴보는 하지 않으니까.
매일 하지 않으면
관성은 서서히 다시 나를 삼켜,
그리고 순식간에 나를 퇴보시킨다.
퇴보를 한다는 건
내가 나와 점점 멀어진다는 뜻이다.
자꾸만 퇴보를 하게 되면
내가 어디에 있었지, 원점조차 까마득해져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나는 요즘 요가를 통해
뒷걸음치던 나를
원점으로 돌려놓는 연습을 한다.
급하지 않게 매일 아주 조금씩만.
매일 이 힘겨운 관성을 뚫는 일을 하다 보면
내 몸은 여전히 뻣뻣하더라도
내 마음은 조금씩 단단해져 감을 느낀다.
조금씩 나와 다시 친해짐을 느낀다.
요가는 내게 길을 잃었더라도
그 길을 다시 찾아 가는 법을 알려주었다.
중요한 건 그저 매일 조금씩
당장 눈에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누가 보기엔 제자리 걸음처럼 보이는 일도
그렇게 ‘그냥 해내는 힘’이다.
요가는 그렇게 뒷걸음치다
넘어져 길을 잃었던 나를
조금씩 세상 밖으로
다시 꺼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