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소를 꾸준히 찾다 보면
그 장소에서의 나의 또 다른 이야기가 생겨난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서로서로
조금씩 ,
천천히.
그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그 새로운 에너지는
내 인생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요가원 특유의 그 정적이면서
고요한 평화로운 분위기를 좋아한다.
공간이 주는 힘을 믿는다.
그 평화로운 공간에 들어서면
나 역시 평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조용하지만 강한 힘을 얻는다.
밖에선 어떤 삶을 살아내고 있든
어떤 사연을 품고 있든
요가원 안에서는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내 마음의 평안.
아마도 그 공통 목표가
서로가 서로에게
끌림과 동질감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닐까.
매주 월요일은 수련 후 차담이 있다.
도란도란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그 사람의 취향,
그 사람의 가치관,
그 사람의 직업 등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참 많은 생각을 안겨다 주는 시간이다.
오늘은 매일 아침 만나는 수련자분이
정성스레 드립커피와
크로플을 만들어서 가져오셨다.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
슬그머니 차담을 생략하고 집에 가려다
“커피 한잔하고 가세요~”라는 다정한 말에
거절하지 못하고 엉덩이를 내려놓았다.
진한 향과 맛이 느껴지는
드립커피를 한 모금 하고 생각했다.
‘이건 대체 어떤 마음일까?‘
전혀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누가 시키지도 않는 일을
이렇게 정성스럽게 진하게 녹여내는 일은
대체 어떤 마음에서 나오는 것일까.
여유가 있어서 베푸는 걸까,
베풀어서 여유가 생기는 걸까.
나는 여유가 있는 사람일까,
여유를 동경하는 사람일까.
나는 주변에 잘 베푸는 사람일까,
그저 베풂을 우러러보는 사람일까.
좋은 공간에서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
가장 좋은 점은
내가 그 사람을 만나기 전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고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여유가 있어서 나누는 게 아니라
그저 나누는 예쁜 마음이 여유로 비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