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어려운 고난도 자세에서
"유지합니다. 3분."
이라는 선생님의 가이드에 따라
최대한 겉으로 티 내지 않으면서
내적으로 힘겨운 혼자만의 싸움을 이어간다.
'자세를 풀어, 말어.
아 너무 힘든데 그냥 빠져나올까,
얼마나 남은 거야, 힘들어죽겠네,
아 그래도 버텨보자'
저 멀리서 유난히도 나긋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처음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네... 너무 어렵네요. 얼른 빠져나오라고 말해주세요.'
여전히 마음속에서는 시끄럽게
여기저기서 잡음이 들려왔지만
이내 선생님의 마지막 말을 되뇌어 본다.
처음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처음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랬다.
요가뿐만 아니다.
처음은 항상 어렵다.
돌이켜보면 쉬웠던 처음은 어디에도 없었다.
항상 처음은 서툴렀고
항상 처음엔 내가 언제 초보자 딱지를 벗어던지고
이 새로운 일에 익숙해질지 가늠조차 오지 않았다.
그리고 늘 그랬듯
그 처음은, 마치 언제가 처음이었냐는 듯이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 순간
나에게 너무 편안하고 익숙한 일이 되어 있다.
요가를 하며 지금의 내 몸으로는
어려운 자세를 만날 때마다
대체 언제 나는 이 자세를 잘할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조급해지는 마음을
생각보다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런데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지금 이 불편함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곧 이 불편함도 내게 익숙해질 것이고
더 이상 내가 고통스러울 만큼의
자극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목덜미를 타고
땀이 뚝 떨어지는 것을 느낀 순간 생각했다.
그래,
처음은 당연히 어려울 수 있는 거지.
처음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시작하면
조금은 더 버틸 힘이 생기지 않을까.
이미 살아오면서 숱하게 경험했으니까.
결국은 다 익숙해질 것이고
영원한 고통은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