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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요가일기 18화

요가, 처음엔 어려울 수 있습니다

by Slowlifer

이름도 어려운 고난도 자세에서

"유지합니다. 3분."

이라는 선생님의 가이드에 따라

최대한 겉으로 티 내지 않으면서

내적으로 힘겨운 혼자만의 싸움을 이어간다.


'자세를 풀어, 말어.

아 너무 힘든데 그냥 빠져나올까,

얼마나 남은 거야, 힘들어죽겠네,

아 그래도 버텨보자'

저 멀리서 유난히도 나긋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처음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네... 너무 어렵네요. 얼른 빠져나오라고 말해주세요.'


여전히 마음속에서는 시끄럽게

여기저기서 잡음이 들려왔지만

이내 선생님의 마지막 말을 되뇌어 본다.


처음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처음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랬다.

요가뿐만 아니다.


처음은 항상 어렵다.

돌이켜보면 쉬웠던 처음은 어디에도 없었다.


항상 처음은 서툴렀고

항상 처음엔 내가 언제 초보자 딱지를 벗어던지고

이 새로운 일에 익숙해질지 가늠조차 오지 않았다.


그리고 늘 그랬듯

그 처음은, 마치 언제가 처음이었냐는 듯이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 순간

나에게 너무 편안하고 익숙한 일이 되어 있다.


요가를 하며 지금의 내 몸으로는

어려운 자세를 만날 때마다

대체 언제 나는 이 자세를 잘할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조급해지는 마음을

생각보다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런데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지금 이 불편함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곧 이 불편함도 내게 익숙해질 것이고

더 이상 내가 고통스러울 만큼의

자극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목덜미를 타고

땀이 뚝 떨어지는 것을 느낀 순간 생각했다.


그래,

처음은 당연히 어려울 수 있는 거지.


처음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시작하면

조금은 더 버틸 힘이 생기지 않을까.


이미 살아오면서 숱하게 경험했으니까.


결국은 다 익숙해질 것이고

영원한 고통은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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