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시에서 운영하는
공공텃밭 추첨을 신청했지만
3년째 탈락했다.
늘 아쉬워 하길 반복하다
올해는 그럼 베란다를 밭으로 만들겠다며
#다이소씨앗 (청상추, 바질, 루꼴라, 방울토마토)을
사다가 집에서 호기롭게 파종을 했다.
어릴적 추억탓인지
초록이를 키우고싶은 마음은
하루사이 생긴 게 아니라
사실 이번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그말인즉슨 씨앗부터 키워내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걸 경험적으로 터득했다는 뜻이지만
그럼에도 새싹을 포기할 수 없어서
다이소로 달려갔다.
블로그, 유튜브 찾아보며
나름 공부를 했지만
뭐 이거저거 다 사다간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이 너무 분명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즘은 쓰레기를 많이 만들어내는게
너무 죄스러워지고 있기에
물건을 사는게 특히나 조심스럽다.
그래서 난 모종판 사는 대신
집에 있는 안쓰는 얼음판을 썼고
식물을 구입할때 생긴 연질분,
그리고 딸기박스를
임시 씨앗 틔움용 화분으로 사용했다.
이미 베란다정원을 가꾸고 있기에
베란다 텃밭을 위해서는
나머지 한쪽 베란다도 필요했다.
공간을 마련하려면
짐을 줄여야한다.
급하게 치울 수 있는만큼
짐을 치우고
베란다를 두개의 구역으로 나눴다.
왼편은 관엽 초록
오른편은 식용 초록
아이가 있는 집은 대부분
짐이 많기에
베란다를 창고로 쓰지만
우리집 베란다는 이제 완전히 내 구역이다.
덕분에 우리
아기는 전용 모래놀이터가 생겼으니
윈윈인것 같기도 :)
청상추는 이틀만에 싹이 올라왔고
방울토마토와 바질은 일주일 이상 시간이 걸렸다.
싹이 난 감자도 반씩 썰어 심어봤는데
무서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싹이난다.
이렇게 베란다텃밭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텃밭에 미련을 못버린 우리 부부는
결국 사유지로 텃밭을 분양하는 곳에
5평 땅을 분양 받았다.
이 친구들이 노지로 가게 될줄이야!
왜 이런거에 신이나는지 모르겠는데
너무 설렌다.
늘 자급자족의 삶을 꿈꿨다.
모든게 편리하게 주어지는 시대에 살면서
사서 수고스러움을 자처하는
취향을 가진 나다.
불안이 커질수록
빨리빨리 처리하는 것 말고
천천히 가는 것에 마음을 두게 된다.
느리더라도
꿋꿋이 자연속에서
자기속도를 지켜내는 생명력에서
힘을 얻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초록들을 닮고 싶어서
그래서 나는
오늘도 베란다에 씨앗을 심고
텃밭에 농사를 지을 것이다.
아마 한번 경험해보면
제대로 알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진짜 농사를 지으며
살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단순히 로망인 것인지.
난 늘 부딪혀봐야 하는
그런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