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서로가 서로를 키운다

식물과 아기와 나

by Slowlifer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산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베란다정원으로 향한다.


복잡한 마음과는 반대로 무심하게

물조리개에 물을 받고

목이 마른 친구들을 살펴보며 물을 준다.


식물의 잎의 변화를 살뜰히 챙겨보며

나는 내 마음을 그렇게 토닥거려 본다.

먼지 쌓인 극락조의 잎을 닦아주며

내 마음도 이렇게 닦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차를 한잔 할까 찻잔을 내리는데

아기가 일어난 기척이 느껴져

얼른 방으로 들어가서 아기를 안아준다.


잠에서 덜 깨 엄마를 찾던 아기는

한참을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퉁퉁 부은 얼굴로 깔깔거리며 장난을 건다.


그 해맑은 미소를 보며

나는 또 웃었고

나를 자주 행복하게 해주는

이 소중하고 작은 존재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아기도 침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이번엔 베란다 텃밭으로 향하더니

장난감 물조리개에

스스로 물을 받고 있다.


어디에 물 줄 거냐니

어제 물을 줬던 “감자”라고 말한다.


아직 두 살도 되지 않은

이 작은 아이가

매일매일 쑥쑥 자라나

매일 새로운 놀라움을 안겨준다.



약기운인지 긴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식물이 나를

아기가 나를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키우고 있는 게 아닐까.


어디선가 들었다.


아이를 키우는 건

부모도 같니 크는 일이라는 걸.


식물을 키우는 일도 비슷한 일이 아닐까.

누가 보면 일방적으로

나의 시간과 정성만 쏟는 것처럼 보이거나

의미 없는 일로 보일지라도

사실은 그 과정에서

나 역시 알게 모르게 자라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식물로부터

치유를 받는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5화나도 이제 도시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