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아기와 나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산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베란다정원으로 향한다.
복잡한 마음과는 반대로 무심하게
물조리개에 물을 받고
목이 마른 친구들을 살펴보며 물을 준다.
식물의 잎의 변화를 살뜰히 챙겨보며
나는 내 마음을 그렇게 토닥거려 본다.
먼지 쌓인 극락조의 잎을 닦아주며
내 마음도 이렇게 닦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차를 한잔 할까 찻잔을 내리는데
아기가 일어난 기척이 느껴져
얼른 방으로 들어가서 아기를 안아준다.
잠에서 덜 깨 엄마를 찾던 아기는
한참을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퉁퉁 부은 얼굴로 깔깔거리며 장난을 건다.
그 해맑은 미소를 보며
나는 또 웃었고
나를 자주 행복하게 해주는
이 소중하고 작은 존재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아기도 침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이번엔 베란다 텃밭으로 향하더니
장난감 물조리개에
스스로 물을 받고 있다.
어디에 물 줄 거냐니
어제 물을 줬던 “감자”라고 말한다.
아직 두 살도 되지 않은
이 작은 아이가
매일매일 쑥쑥 자라나
매일 새로운 놀라움을 안겨준다.
약기운인지 긴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식물이 나를
아기가 나를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키우고 있는 게 아닐까.
어디선가 들었다.
아이를 키우는 건
부모도 같니 크는 일이라는 걸.
식물을 키우는 일도 비슷한 일이 아닐까.
누가 보면 일방적으로
나의 시간과 정성만 쏟는 것처럼 보이거나
의미 없는 일로 보일지라도
사실은 그 과정에서
나 역시 알게 모르게 자라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식물로부터
치유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