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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는다면

콩란

by Slowlifer

수십 가지 식물을 키우다 보니

가끔은 모든 식물이

내 맘 같지 않음을 깨닫는다.


특히 작은 연질화분에

다글다글 하게 차있던 나의 콩란은

어느덧 몇 가닥만 남아

겨우 생명을 연장 중이다.


꼭 예민한 나와 닮은 듯해서 애증의 콩란.


겉보이엔 둥글둥글

귀엽고 순둥순둥 해 보이기만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나한텐 그렇게 까칠할 수가 없다.


다육이라 과습을 주의해야 한다길래

물도 아껴줬는데

도무지 속을 알 수 없이

쪼글쪼글 말라가더니

하나 둘 썩기 시작했다.



식집사가 되며 달라진 점은

어느 가지 하나 버릴 수가 없게 되었다는 것.


어느덧 내 공간에서

같이 살아가고 숨 쉬고 있다 생각하니

이 말 못 하는 생명들이

하나하나 너무 아까워졌단 말이다.


그래서 나는 다 죽어가는 콩란을

과감히 꺼내어

작은 잔에 뿌리만 닿을 정도의

물을 담아 담가두었다.


‘제발 살아라’


하루가 다르게 쪼글쪼글하던

아이들이 탱탱하게 차올랐다.


‘까칠하기는’

속으로 삐죽거렸지만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섣불리 안된다고 판단하고

차갑게 돌아서버리기 전에

한번 더 손을 내밀어주는 것.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손길이, 토닥거림이 필요한 내게

콩란이 말해주는 듯했다.


다 때가 있는 거라고.

너도 나처럼 맞는 물에 가면

다시 예전처럼 생기를 찾아낼 거라고.


식물을 키우며

나는 오늘도 위로받고 나를 알아간다.



콩란

간접광이 드는 베란다나 창가

과습주의, 2주에 1번 물 주기

독성이 있어 반려식물, 아이 섭취 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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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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