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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망 Jan 30. 2023

벌써, 1월의 끝

Time flies.


뉴질랜드에 살면서 맞는 새해는 한국에서 맞는 새해와 기분부터 다르다.


한국에서는 12월이 되면 해가 부쩍 짧아지고 날씨가 점점 추워진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하고 트리에 불이 들어오면 날은 춥지만 가슴은 따스해지는 기분이 들곤 했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바스러질 듯 시린 공기가 손 끝에 닿을 것만 같다. 거기에 송년회 등, 해가 가기 전 만나자는 약속이 이어져 또 한 해가 이렇게 저무는구나, 의식하게 되었던 듯하다


하지만 한국과 계절이 반대인 뉴질랜드는 12월이 여름이다. 해도 길고 무척 덥다. 한국의 여름과는 달라서 뜨거운 태양을 피해 작은 그늘 밑으로만 들어가도 시원하다는 게 장점이긴 하지만. 여하튼 12월, 1월은 여름휴가철인 데다 연중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와 함께여서 모두 긴 여름휴가를 보낸다. 마치 겨울잠이라도 자러 가는 것처럼. 직장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기는 해도 연말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보니 송년회다 뭐다 밖으로 나갈 일도 많지 않다. 나간다면 해변에 가서 물놀이를 즐기거나 바비큐를 해 먹거나 하는 정도일까. 그러다 보니 몸도 마음도 풀어져 새해라고 딱히 각 잡고 '올해의 목표'를 세우게 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달랐다.


코로나가 슬슬 잠잠해져서일까. 일상이 코로나 이전처럼 돌아가고 세계의 국경이 열리면서 올해는 뭔가 다른 기분이 들었다. 2020년, 2021년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가버렸다. 한 것도 없이 그냥 훅 하고 사라져 버린 느낌, 내 삶이 뭉텅 들어내진 느낌. 그 시간이 지나서일까, 올해는 다시금 무언가 해 보겠다는 의지가 뿜뿜 솟아 나왔다.


올해는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스트레스를 좀 덜 받고 꿈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루고. 책도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쓰고 싶다. 지난 한 달, 2년 동안이나 벼르고 벼르던 brunch에 글도 올리고 가벼운 소설책도 여러 권 읽으며 워밍업을 했으니 이제는 미뤄놨던 다른 일들도 다시 시작해 봐야겠다.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이다. 남은 11개월도 힘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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