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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망 Jan 28. 2023

눈물이 많아졌다


나이가 들면서 눈물이 많아졌다.


어릴 때는, 내가 처한 상황이 억울해서, 일이 잘 안 풀려서, 나 자신이 불쌍해서 울었다면 이제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 아니 다른 존재들, 나와는 동떨어진 이유들로 눈물이 난다.


오늘 이주 여성을 다룬 신문 사설을 우연히 보게 됐다. 이주 여성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며 노동의 주역할을 담당하는 지방 소도시에서 이주 여성의 권리를 찾고 지원을 촉구하는 어느 책을 소개한 것이었다. 막 읽기 시작하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금세 눈물이 뚝뚝. 그다지 슬픈 내용도 아니었다. 어찌 보면 희망적인 내용에 가까웠다. 이런 문제를 직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한국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또 다른 움직임이 될 수도 있으니까.


이제는 안타까운 사람들, 동물들의 소식을 접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그래서 피하고 말 때도 많다. 보아봤자, 읽어봤자, 마음만 아프니까. 어차피 달라질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는데 마음 아파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서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 그게 다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이주 여성들을 위해 뭉친 이주 여성들, 동물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교육에 힘쓰는 사람들, 앞으로 30년, 50년을 바라보며 환경을 살리는 사람들, 그런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달라질 수 있다.


나라고 그런 사람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세상은 아주 느리게, 바뀌지 않는 듯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바뀌어 있다. 그렇게 변한다. 그 변화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세상을, 사람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당장 밖으로 나가 시위를 하라는 게 아니다. 작은 것부터 바꾸면 된다. 하나씩.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달라진 세상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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