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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망 Feb 03. 2023

아기새야, 훨훨 날아가렴


봄의 끝자락에서 새 한 마리의 울음소리가 유난히 높았다.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집 뒤편에 있는 어느 나무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아기새들이 태어나는 시기였기에 아기들을 부르는 어미새일 거라 생각했다.


그 후 갈색 털의 어미새는 종종 앞마당으로 내려왔다. 잡풀을 뽑고 있는 내 바로 옆까지 툭하면 다가와 노랗고 작은 부리로 나뭇잎과 흙을 이리저리 튕겨냈다. 왜 그러나 싶었던 것도 잠시, 새는 사람이 잡풀을 뽑고 땅을 파거나 하면 흙이 뒤집어지고 그 안에서 먹을 것이 나온다는 사실을 아는 것 같았다.


그러다 아기새들을 보았다. 차고 문 옆에 앉아있던 아기새 한 마리는 꼼짝하지 않았고, 어미가 먹이를 물어다 줘도 먹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차를 빼야 했기 때문에 옮겨줄까, 하고 다가가자 아기새는 급히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멀리 가지는 못했다. 또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버렸다.


몇 시간 후 외출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도 아기새는 그 자리에 있었다. 마치 잠이 든 것 같았다. 어미새가 짹짹 소리를 내며 여기저기 다니는 걸 보니 아기새가 거기 있다는 걸 모르는 듯했다. 얼른 빵을 한 조각 가져다 어미새를 아기새가 있는 쪽으로 유인하자 잠시 후 함께 그 자리를 떠났다.


귀여웠다. 


왜 아직 날지도 못하는 아기새가 둥지가 아닌 바닥에 있었을까 생각했지만 바람에 휩쓸려 떨어졌을 수도 있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었다. 그 아기새 말고도 나를 보고 달아난 아이도 있었기에 어미가 잘 알아서 키우려니 했다.


다음 날,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도착해서 강아지들을 현관까지 이어지는 앞마당에 풀어놓고 잠시 밖에 있던 남편과 얘기를 하고 집으로 들어가던 길이었다. 강아지가 무언가에 코를 박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아기새였다. 급히 강아지를 쫓아내고 아기새를 보니 부리를 열고 숨을 크게 두어 번 내쉬더니 이내 멈췄다. 죽은 아기새를 어찌해야 할지 발만 동동 구르다가 이내 어딘가로 옮겨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동물을 어찌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가까이서 본 것도 처음이었다. 어쨌거나 내가 발견했으니 마음을 다해 보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심은 작은 동백나무 아래에 흙을 파고 아기새를 누인 뒤 흙을 덮고 꼭꼭 눌러주었다.


그때 어미새는 짹짹하고 신호를 보내며 아기새를 찾고 있었다.


아기새가 한 마리는 아니었다. 내가 묻어준 아기새를 찾는 게 아니기를 바라는 내가 한심했다. 그 아기새가 맞건 아니건 한 생명이 사라졌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엄마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내가 어릴 적 우리 네 식구는 가게에 딸린 작은 단칸방에서 살았는데, 한 번은 다가오는 겨울에 대비해서 연탄을 들이던 중, 연탄을 올리는 나무판자 밑 작은 틈에 쥐가 새끼들을 낳아 놓았더라고 했다. 연탄 배달 아저씨가 그 새끼들을 삽으로 쳐서 죽이고 내버렸다고. 그날 밤 어미쥐가 우는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말이다.


모성애는 사람이나 짐승이나 마찬가지다. 요즘 같이 자기 자식도 해하는 사회에서는 어쩌면 동물의 모성이 더 대단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기새를 묻은 그날 잠 나는 늦게까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 날까지도 아기새를 찾던 어미새를 이제는 볼 수가 없지만, 그저 어디선가 잘 살고 있기를, 나머지 아이들은 온전히 성조가 되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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