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안.
그냥 신경 쓰지 말란 말밖에 못 해서,
아빠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 말해 뭐 하냐고 해서,
미안.
엄마 속 타는 마음 모르는 거 아닌데
너털웃음 웃을 수밖에 없어서 미안.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 아는데
그래도 어쩌겠냐며 이해하라고 해서 미안.
멀리서 얘기를 들어주는 것 밖에 못하면서도
그냥 가만히 들어주지 못해서 미안.
그래도 아빠가 딱하다며 우는 엄마.
자꾸 이런 얘기해서 미안하다며 우는 엄마.
나도 알아,
나 말고 누구에게 엄마가 이런 얘기를 하겠어.
그런데도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된 것 같다고
잠시나마 원망했던 건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할게.
엄마도 맘 편히 친구들과 여행이나 다니며 살아야 하는 나이인데
아빠 뒷바라지 하며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 왜 모르겠어.
그런데도 자꾸 아빠 편드는 것처럼 말해서
정말 미안.
근데 아닌 거 알지.
난 항상 엄마 편인 거,
알지?
나는 그냥 엄마 마음이 좀 더 편해졌으면 해서,
어려운 그 순간을 붙잡지 말고 그냥 흘려보냈으면 해서.
엄마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들어주도록 해볼게.
어렵겠지만 그래 볼게.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니까.
엄마 울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