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각자의 짐을 힘겹게 지고 있었다

안타깝게 우리 서로의 짐을 나눠질 여유는 가지지 못했다.

by 갬성장인

저녁 6시 30분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예약자 이름을 확인하고 잠시 앉았다, 다시 일어났다.

‘원주의 선선한 바람이나 쐬어볼까’란 생각이 문득 들어서였다.

이른 새벽부터 급히 서둘러서였을까, 오늘 하루는 유난히 길었던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괜스레 길가의 돌멩이를 툭툭 걷어차 본다.

“일찍 오셨네요?”

순수담당자다.

“안녕하세요, 아까 회의는 경황이 없어 인사드리지 못했네요.”

“괜찮습니다, 다들 아직 인가 보네요?”

“예, 아직”

각자의 공정 진행이나 일정 회의에서 결론짓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막내, 일찍 왔네?”

건축 담당자다.

“저를 위해 준비해 주신 자리라 조금 서둘렀습니다. 하하”

“역시, 우리 막내! 선배들 예쁨 받는데 다 이유가 있어 그렇지?”

“감사합니다.”

자리에 앉아 그간의 밀린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하나, 둘 도착했다.


“우리 8명이 자주 모여 공정 회의 겸, 친목 도모 겸 이런 자리 자주 마련했어야

했는데, 우리 서로 무심했습니다.

막내 아니 탈황·탈질설비를 담당하는 김정우차장이 현장에 합류했으니,

한 달에 한 번은 모였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이제 김정우차장도 합류했고, 일정도 늦어지며 서로 터놓고

이야기할 자리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건축담당자에 이어 순수 담당자가 이야기를 이었다.

“오늘 현장을 살펴보니 일정에 쫓기며, 다들 예민해지신 것 같습니다.

현장을 떠나 조금은 부드러워진 자리에서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어진 나의 이야기로 우리의 모임은 매월 마지막 주차 수요일로 정례화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이 한·두 잔 돌기 시작했다.

“막내야, 현장이 엉망이다. 어떡해야 되겠냐?”

“공사가 늦어진 게 주기기 납품이 늦어지면 서라던데 공정관리가 잘 안 된 건가요?”

“주기기 설계가 계속 바뀌니까 제작이 늦어졌다던데”

옆에 있던 회처리 담당자가 거든다.

“그럼, 주기기만 탓할 일은 아니네요.”

“그러게 말이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단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이야기 중에 저도 잠시 껴도 될까요?”

주기기 담당자다.

“예, 다들 이야기 나누러 모였는데 편히 이야기하세요.”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공사 일정이 계속 지연되니 직원들이 다들 날카로워지기만 하네요.“

“아까 일은 다 잊었습니다. 마음 쓰지 마십시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두어 시간 정도였을까?

각자의 입장을, 사정을, 고민을 이야기 나누다 하나·둘 일어나며 자리는 정리되었다.

물론, 이렇다 할 결론은 내지 못했다.

한 번의 모임과 두어 시간의 이야기로 나누어질 수 있던 짐은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쩜, 우린 서로 각자의 짐을 힘겹게 지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다만, 각자의 입장과 사정이 있기에 서로의 짐을 애써 모른 척하고 있었을 테다.

다들 공정 담당자이며, 회사의 대리인으로 이곳에 있기에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려 한다면 얼마나 물러나야 할지, 물러설 곳은 있는지 하나하나 살펴야 할 테니까

그러기에 우리에게 여유는 없었다.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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